[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정부가 내년 전세자금대출 보증한도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의 100%까지 보증해준 탓에 무분별한 대출에 이어 전세사기까지 악용된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인데, 한편으로는 서민 주거안정 문제 등이 거론되는 만큼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비율에 대한 개편안이 최근 국회에 보고됐다. 현재 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비율은 주택의 전세가율 90%인데, 이를 80%로 낮추는 것이다. 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비율은 지난 2014년 당시 아파트 대상 전세가율 90%, 비(非)아파트 80%였다. 연립·다세대 빌라 등 비아파트의 전세금 반환 보증비율은 계속 80%를 유지했다가 지난 2017년 2월 100%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원래 보증비율은 80%였던 셈이다.
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은 전세대출보증을 가입하면 동시에 가입된다. 전세금 반환 보증한도는 주택의 전세가율 90%이기 때문에 1억원 주택의 전세금 보증은 9000만원에 국한되는 것이다. 전세자금대출 보증한도도 전세금 반환 보증한도만큼 100% 비율로 취급된다. 따라서 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비율이 줄어들면 그만큼 전세자금대출 보증한도도 함께 줄어든다.
주택금융공사(HF)의 전세자금대출 보증 전세금 반환 보증과 별도로 가입 가능하다. 전세자금대출 보증 가입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HF의 전세자금대출 보증한도는 전체 전세금의 80%로 한정되며, 주택가격이 제한된다. 수도권 지역 7억원 이하, 지방 5억원 이하의 시세인 주택 전세만 가입 가능하다. SGI서울보증은 보증금 제한이 없는 100% 보증인 반면, 대출 보증한도는 5억원이다.
내년 HUG 중심의 전세자금대출 보증한도 개편안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면 올 연내 적용 계획이었던 금융당국의 전세자금대출 DSR 적용 방안은 당분간 꺼내지 않을 전망이다.
보증한도 감축과 전세자금대출의 DSR 적용은 자칫 '이중규제'가 되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감세를 모니터링하면서 꺼내야 하는 카드가 되는 것이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윤석열 정부 금융분야 성과 및 향후계획'에서도 가계대출 관리 방향에 대해 전세자금대출의 DSR 적용이 빠지고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비율 조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당국도 보증비율이 90~100% 수준인 전세자금대출이어서 느슨한 대출심사에 세입자도 무분별한 대출을 받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실제로 전셋값 상승기에 전세수요가 줄지 않고 전세자금대출과 가계부채가 함께 늘어나는 결과로 진행됐다. 전세자금대출의 일부를 전세끼고 매매하는 '갭투자'에 악용한 사례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 감축 방안은 과도한 전세금이 위험요인이라는 것을 알리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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