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25%→3.00%로 인하
높은 환율 변동성·가계부채 위험에도…경기둔화에 금리인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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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김봉정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3개월 내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하고 나섰다.
환율 문제 등으로 ‘동결’로 예상된 것과 달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연속 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국내 성장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방증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중국의 저가공세 등 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경기우려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이번 금리인하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 3개월내 추가 인하 시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신(新)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리인하도 이 같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3분기 수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짐으로써 경제전망을 낮췄기 때문에 수출로부터 내수로 전파되는 온기가 많이 낮아질 것을 대비해 기준금리를 낮추자는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0.25%p 내리면 경제성장률이 0.07%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하 기조는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향후 3개월 내 연 3.00%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내 3.25%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금통위 내부에서도 인하 기조가 강해졌음을 나타낸다.
◇美 보호무역ㆍ中 경쟁에 경쟁력 약화
한은이 이같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강조하는 이유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의 저가공세 경쟁 등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3분기에 예상보다 수출 물량이 크게 줄기도 했다”며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수출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내년과 내후년 성장률 전망을 1%대 후반으로 낮췄다는 설명도 부연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과 함께 발간한 ‘우리 수출 향방의 주요 동인 점검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향후 우리 수출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가 이어지면서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자급률·기술경쟁력 제고와 시장점유율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증가세는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수출은 대외 여건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정책이나 구조개혁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며 “금리인하는 그 과정에서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을 받쳐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금리인하에 대해 환율상승과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내린다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과 금리 역전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이 계속 오르며 우리 경제에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 또한 금리인하에 따른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누적된 고금리 여파로 취약한 일부 금융사의 리스크가 가시화됐다”며 “추가 확산되지 않도록 만반의 대응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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