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전날 새벽 1440선도 넘어서 16년만에 최고
증시는 2%대 하락하다 소폭 회복…가상자산시장도 진정국면
전문가, 충격 강도는 제한적 관측 많으나 변동성 주의해야
[대한경제=김봉정ㆍ이지윤 기자] 간밤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비상계엄 선포로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5.2원 오른 1418.1원에 출발해 장중 1410원대를 오르내렸고 1410.1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이 선포된 전날 오후 10시30분부터 급격하게 상승해 오전 12시20분에는 1442.0원까지 뛰었다. 이후 1446.50원까지 치솟아 금융위기 이후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계엄 해제 요청 결의가 이어진 새벽 2시경에는 1425원선으로 다시 안정세를 찾았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정국 불안이 계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어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1500원대까지 열어놔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입물가가 높아지고 대외 신인도에 문제가 생겨 당분간 환율이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1400원대를 유지하다 1500원대 가까이 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도 “환율의 레벨에 대해서는 내년 이후 눈높이 조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 고유의 지정학적 불안이 확대될 때마다 원화의 민감도가 커져 뚜렷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우위로 이어져 국내 증시가 약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 가까이 떨어진 2450.76에 개장해 최종적으로 전거래일 대비 1.44% 하락한 2464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최저 2442.46까지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거래일 대비 1.98% 떨어지며 677.15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 전문가들은 약해진 펀더멘털에 더해진 정치 불확실성이 원화에 대한 매력도를 반감시키고 있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진단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독단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보로 평가되는 금번 조치로 인해 국내 정치 리스크가 부각됐다”며 “비상계엄 직후 환율과 한국 증시 추종 해외 상장지수펀드(ETF)가 간밤 변동성을 키웠던 만큼, 금일 국내 증시 역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동반한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윤 정부가 주도했던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의 추진 동력의 상실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올해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서 적극 추진해온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추진 동력이 되어야 할 법안 개정 필요 안건들이 빠르게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던 상황에서 금번 사태로 정책 추진 주체이자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존재한다”며 “다만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오랜 과제로 삼아왔기에 정책 성격 자체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이같이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번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불가피하므로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면서도 “비상 계엄 선포 직후 해제되었고, 이 과정에서 환율, 야간 선물 시장 등 낙폭 축소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전망” 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 높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긴급 비상 계엄령 선포에 가장 먼저 반응했던 가상자산 시장은 다소 진정된 국면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9만3000달러선까지 폭락했던 비트코인은 이날 15시42분 기준 전날 대비 0.5% 오른 9만6615.9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김봉정ㆍ이지윤 기자 space02@ㆍim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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