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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경기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가 크게 뛴 가운데 지난달 발표된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를 점검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10일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금통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번 동결의 주요 배경은 급등한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다. 6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늘며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2018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5월에 이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수도권 부동산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다만 내수 회복이 불확실하고 다음 달 1일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 등 대내외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 연내 남은 8·10·11월 통방회의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 무역협상의 전개양상 등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하겠다”며 “당분간 낮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대한경제 DB.
◆한은, “8월 인하 여부는 데이터보고 결정”
한국은행이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며 내달 금리 인하 여부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6·27 가계대책의 효과와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 주요 변수를 지켜보면서, 통화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진전, 부동산 대출 규제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2명은 3개월 후에도 금리를 2.5%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금융안정을 위한 확신을 얻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고, 미국과 금리 격차가 2%p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6.27 대책 높게 평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6·27 가계대출 대책에 대해 이 총재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 총재는 “정부가 과감한 대책을 발표한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 본다”며 “경기 진작의 필요가 있더라도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순위”라고 평가했다.
이어 “예상보다 강도가 높은 정책이기에 최근 거래량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 흐름이 유지된다면 한두 달 뒤부터는 가계부채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향후 금리결정과 관련해서는 “8월이면 문제가 해결될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작년 8월과 비교해 현재 상황이 더 위중하다는 평가도 내놨다.
이 총재는 “작년 8월에도 금리를 낮추고 싶은 상황이었고 미국도 인하기조라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서 실제로 가계부채가 늘었다”며 “지금과 작년(8월)은 비슷한 점도 있지만 현재는 가계부채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르는 속도가 더 빨라 훨씬 경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본 뒤 가계부채가 잡혔다고 평가했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관세리스크는 변수
여기에 다음 달 초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가 또 다른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면 성장률이 1% 이상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해지고 반대로 크게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관세는 관세대로 오르고 가계부채는 잡히지만 부동산 가격은 안 잡히는 상황이 온다면 금융안정과 성장 간 상충이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럴 경우 금통위원들 간 금리방향에 대한 의견도 엇갈릴 수 있다”며 “지금은 언제 금리를 인하할지 최종금리가 어디까지 갈지를 데이터를 보며 판단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는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금통위원이 지난달에 이어 4명으로 유지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대체로 한은이 다음 달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는 예상보다 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었다고 판단한다”며 “정책과 규제 영향을 살펴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려하면 8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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