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 조선중앙통신 갈무리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양국 간 긴밀한 동맹 체제를 재확인하면서 군사ㆍ기술 협력을 비롯한 전방위 공조 강화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전쟁’과 러-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군사 충돌 등 국제 정세가 격변하는 가운데 북러가 ‘혈맹’으로 격상된 양국 관계를 재과시했다는 평이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원산에서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북러 양국 간 동맹 관계 수준에 부합되게 ‘모든 전략적 문제’들에 대해 견해를 함께하고 있다며 “두 나라 사이에 구축된 높은 전략적 수준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한, 접견에 앞서 진행된 최선희 외무상과 라브로프 외무장관 간 ‘2차 전략대화’ 결과를 보고받은 뒤 “두 나라의 조정화된 외교적 입장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보장에 긍정적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의 조치들을 “무조건적으로 지지ㆍ성원할 용의가 있다”며 러시아의 ‘성업(전쟁)’ 수행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국제무대에서 북러 사이의 “전략전술적 협동과 공동보조를 보다 강화할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 간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두 사람이 조만간 재회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앞서 푸틴은 지난해 6월 방북 당시 김 위원장을 모스크바로 초청한 바 있다. 러시아 매체들은 라브로프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이같은 사실을 재확인하면서 “아주 가까운 미래에 당신과 직접 접촉을 이어가기를 기다린다”는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양국 외무 수장간 양자 회담인 ‘제2차 전략대회’의 결과에 대해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양국은 전략대회 후 발표한 공보문을 통해 양국은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정신과 제반 조항들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오랜 역사적 뿌리와 전통을 가진 조로(북러)관계를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이어나가려는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언급도 주목된다. 이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현 지위를 부정하려는 임의의 시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며 “국가의 안전과 주권적 권리를 수호하려는 조선 측의 정당한 노력에 대한 확고부동한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협상 착수를 여러 차례 예고한 가운데 러시아가 향후 남북, 북미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문제에 ‘중재자’나 북한 측의 ‘뒷배’로서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러는 또 “복잡다단한 현 국제정세에 대한 쌍방의 평가가 일치한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적대 세력들의 패권지향적인 침략책동에 보다 각성을 높이고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면서 공동의 입장을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앞두고 고위급 교류 확대와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추가 파병 문제, 러시아의 첨단 무기 개발 기술 지원 등 각종 현안이 의제로 다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까지 포탄 등을 실은 컨테이너 2만8000여개를 러시아로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탄약의 약 40%가 북한산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