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ㆍ차량 매몰 잇따라
서산 518㎜, 서울 139㎜ 넘겨
오산 옹벽 붕괴로 1명 사망
![]() |
1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3리 일대 마을이 폭우로 침수돼 있다. / 사진 : 연합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지난 16일부터 17일 오전까지 충남과 경기, 전남 등 전국 곳곳에 쏟아진 폭우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충청 지역은 이틀 사이 500㎜에 육박하는 비가 내리며 ‘100년에 한 번’이라는 기록적 강수량을 보였고, 서산과 당진에선 주택과 도로가 물에 잠기고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상청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주말까지 극한호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17일 오전 기준 충남 서산의 누적 강수량은 518.9㎜, 홍성은 411.4㎜, 당진 신평 372.0㎜를 기록했다. 서산에서는 17일 오전 1시 46분부터 1시간 동안 무려 114.9㎜가 쏟아졌으며, 이는 “100년에 한 번”, 누적 강수량은 “200년에 한 번” 수준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틀 새 연간 강수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비가 몰아친 셈이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16일 0시부터 17일 오전까지 117.4㎜, 오전 11시까지는 총 139.7㎜의 강우량이 관측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7일 오전 4시부로 대응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위기경보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특히 경기 남부와 충청권 등은 시간당 80㎜에 육박하는 비가 집중되며 큰 피해를 입었다.
각종 사고도 잇따랐다. 16일 오후 7시쯤 경기도 오산시 가장교차로 인근에서는 고가도로 옹벽(10m 높이)이 무너져 지나가던 차량을 덮쳤고, 이 사고로 40대 운전자가 숨졌다. 같은 날 구리시 인창삼거리에서는 버스가 도로 파임(포트홀)에 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있었고, 인천에서는 주택이 침수되고 도로가 통제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번 집중호우는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서 기단이 충돌하면서 생긴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남서쪽에서 유입된 수증기가 압축되며 충청권에 길게 정체된 ‘비구름 띠’가 형성돼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 |
16일 집중 호우로 경기 오산 가장교차로 고가도록 옹벽이 붕괴돼 차량 2대가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 사진 : 연합 |
문제는 아직 비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18~19일 광주ㆍ전남ㆍ경남 남해안ㆍ지리산 부근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300㎜ 이상, 충청권에는 최대 180㎜ 이상 강수가 더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과 경기, 강원 내륙 등 중부 지역에도 최대 120㎜ 이상 비가 예보된 가운데, 19일까지는 전국적으로 돌풍과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충청 지역에 쏟아진 이번 비는 ‘200년에 한 번’ 수준의 극한 호우”라며“남부지방도 18~19일 사이 300㎜ 이상 비가 쏟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