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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분기 주요 식품사 매출(위) 및 영업이익./괄호=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국내 주요 식품사들의 성적표가 또 갈렸다. 국내 소비 시장이 뚜렷하게 살아나지 않은 가운데 해외 시장이 성적을 갈랐다. 글로벌 수요가 견조한 품목을 갖고 있거나 지역이 다변화된 기업은 수익을 챙겼지만, 내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곳은 비용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6일 각 식품사들의 올해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기업의 매출은 늘었지만 절반은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삼양식품, 해외 매출 비중 80% 넘겨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해외 시장의 영향력 확대다. 삼양식품의 이번 3분기 해외 매출은 51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79% 늘면서 전체 매출의 81%를 차지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모두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는 59% 증가한 1억1200만달러(1630억16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중국법인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의 매출은 9억5100만위안(1949억2647만원)으로 56% 신장했다.
롯데칠성도 주류 수요가 줄어든 데다 마진이 높은 탄산음료 매출도 정체하면서 성수기 효과가 제한적이었지만, 파키스탄ㆍ미얀마ㆍ필리핀 등 해외 법인이 성장을 지속했다. 세 국가의 합산 매출은 3217억원으로 5.8%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29.8%를 차지했다.
농심도 국내 법인 매출은 2.1% 줄어든 동안 해외 법인은 14.4%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12.9%), 일본(29.5%), 베트남(17.5%), 호주(11.5%) 등 대부분 국가의 매출이 늘었다. 여기에 이번 분기부터 유럽 매출(237억원)이 반영됐다. 다만 미국에선 지난 7월 가격 조정에 따른 영향으로 판매량이 줄면서 매출이 7.3% 감소했다.
농심은 기저 효과의 영향으로 영업이익도 44.68%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내리면서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올해 3월 가격을 인하 전으로 되돌리고 다른 제품 가격도 올리면서 이번 분기 실적이 개선됐다.
이들은 해외에서 주요 시장과 품목은 유지하면서 지역을 다변화하고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챙겼다. 삼양식품은 경남 밀양2공장의 가동률을 올리면서 미국ㆍ중국 외에 중동과 중남미 등 다른 지역의 수요에 대응했다. 미국 관세 적용 전에 미리 물량을 대량으로 출고하고, 가격을 올리면서 관세 충격을 줄였다.
이번 분기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한 풀무원은 주력 품목인 두부가 실적을 이끌었다. 그동안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던 미국 법인이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선 이후 전체 실적에 미치는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미국에선 대형 유통 체인에 입점하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9% 늘었다.
◆ 내수 기업, 비용 부담 여전
반면 내수 비중이 큰 기업들은 해외 매출이 늘었음에도 원가 부담과 판촉비 등 비용 구조 탓에 이익 기여도가 기대보다 크지 않았다. 라면 등 글로벌 수요가 확실한 품목을 보유한 기업과 달리 원가 변동성이 큰 품목을 가진 기업들은 회복이 더뎠다.
CJ제일제당은 이번 분기에도 해외에서 선전했지만 국내 사업 부진이 해외 실적을 가렸다. 식품만 보면 해외 매출은 1조2086억원으로 4% 늘었지만, 국내 매출은 1조5286억원으로 3% 줄면서 전체 식품 매출은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매출은 명절 영향이 반영돼야 하는 시기지만 추석 선물세트와 대두박 판매가 줄면서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롯데웰푸드는 의외로 국내 실적이 선방하고 해외에서도 호조세를 보였지만 코코아 원가에 실적이 가려졌다. 국내에선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한 데다 ‘이름 찾기’ 열풍을 불러온 칸쵸와 티니핑 협업 제품 등으로 매출이 6% 늘었지만, 카카오 등 원가 부담으로 영업이익은 3% 하락했다. 여기에 희망퇴직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111억원 발생했다.
인수ㆍ합병으로 몸집을 키워온 해외에서는 초코파이 등의 선전으로 점점 ‘롯데’ 브랜드 비중이 커지며 매출이 12% 늘었지만, 해외 또한 카카오 원가 부담과 인도 ‘푸네’ 신공장 관련 고정비 부담이 작용하며 영업이익이 30% 감소했다.
빙그레도 이번 여름 냉동 제품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은 다소 증가했지만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빙그레도 해외 부문은 매출이 11.2% 증가했다. 대상그룹도 매출은 약간 늘었지만 부진한 내수와 원가 탓에 이익은 제자리걸음했다.
오뚜기도 미국과 베트남 등이 성장했지만, 원가와 판촉비 부담 등의 영향으로 전체 영업이익 하락세는 피하지 못했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은 9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늘었지만 아직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 정도에 불구하다.
오는 4분기도 해외 중심축이 있는 식품사는 성장에 속도를 내는 반면, 내수에 중심을 둔 기업들은 비용 관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밀양2공장 가동률을 올리고 있는 삼양식품은 수출 대상 지역과 품목을 더 늘리고, 풀무원도 미국에서 연말까지 두부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도 중국과 일본 판매 흐름이 유지되면 이익 개선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롯데웰푸드는 점점 안정화하고 있는 카카오 가격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점이 수익성 회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와 빙그레도 원부자재와 판촉비 부담이 남아 있어 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실적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3분기 바닥을 찍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내년 음식료 업체들의 원가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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