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기후위기, 김장철을 위협하다...사라지는 배추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5-11-24 05:00:12   폰트크기 변경      
[김치가 사라진다] ①

여름 배추 재배 면적 추이./자료=농업관측센터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기후위기가 김장철 풍경을 뒤흔들고 있다.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로 배추 재배지가 줄면서 배추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배추 상품 한 포기 소매가격은 3720원으로 7606원까지 뛰었던 지난달 10일보다는 가격이 떨어졌다. 월별로 봐도 가격이 뛰었던 지난 8월(6653원)보다 안정되며 이달 3562원까지 내려왔다. 김장철을 앞두고 정부가 비축 물량을 늘리고 할인 지원 등에 예산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그래프를 놓고 보면 배추 가격은 널뛰고 있다. 5년 전 9월 김장을 앞두고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1만740원으로 1만원을 넘긴 적이 있다. 그야말로 ‘금(金)추’였다. 올해 가을에는 가을 장마로 인해 전남 해남 등 산지에 무름병이 확산하면서 출하량이 줄자 배추 도매가격이 3000원대 후반까지 뛰기도 했다.

수급 불안은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연결된다. aT에 따르면 이달 중순 4인 가족 기준 김장 비용은 20만1151원으로, 전년 동기(21만3003원) 대비 5.6% 저렴해졌다. 하지만 4년 전만 해도 김장 비용은 33만1000원으로 30만원을 넘겼다.


일반 품종 배추(왼쪽)와 그린로즈./사진=CJ제일제당

매년 정부가 비축 물량을 공급하고 유통업체의 자체 할인을 더해 김장 비용을 억누르고 있지만 문제의 뿌리는 생산 단계에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나타나면서 한꺼번에 출하량이 늘었다가 줄었다 반복하며 출하 일정이 무너진다.

재배 기반도 약해지고 있다. 농업관측센터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여름 배추 재배면적은 지난 2021년 5551헥타르(ha)에서 올해 3697ha로 33%나 줄었다. 기후 변화로 출하량이 줄고 인건비 등 다른 요인까지 겹치며 양배추 등 대체 작물로 이동하는 농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업계는 원재료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다시 짜고 있다. 산지에선 계약재배를 세분화하고 품질 유지를 위한 시설에 투자하는 한편 품종 전환도 시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원료 단계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해발 400m 이하 저고도 지역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새 배추 품종 ‘그린로즈’를 개발했다. 배추 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늘어 여름에도 안정적으로 배추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유통단계에서는 사전에 물량을 확보하거나 산지에서 직매입하는 방식으로 수급 불안을 완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해남 외에 문경과 아산 등으로 산지를 다변화해 배추를 직매입하고, 트레이더스와 에브리데이 등 계열사와 통합 매입으로 물량을 확보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기존 해남 중심에서 다른 지역으로 산지를 넓히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세계김치연구소는 지난해 배추의 중량과 부피를 실측하지 않고 이미지만으로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중량과 부피를 예측하면 김치 제조 공정에서 수율을 높이고 품질을 고르게 유지할 수 있다. 식품사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로 배추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며 “기술 연구 개발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프로필 이미지
생활경제부
오진주 기자
ohpearl@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