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단국대, 학교 소장 ‘유항선생시집’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지정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5-12-02 12:54:04   폰트크기 변경      
1400년 목판으로 인쇄한 초간본으로 체제와 내용이 완전한 국내 유일본 평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유항선생시집 모습 / 사진 : 단국대 제공


[대한경제=나경화 기자] 단국대학교가 석주선기념박물관(관장 박성순)에 소장중인 고려 말 문신이자 서예가인 유항(柳巷) 한수(韓脩‧ 1333~1384)의 ‘유항선생시집’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고 2일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단국대 소장본은 서문·발문·판식·구성이 온전해 초간 당시 원형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자료”라며 “고려 시대 문인들의 시문집이 극히 드물어 희소성이 높고, 보물로 지정해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항 선생은 고려 말 대표적인 문신이자 서예가로, 15세에 과거에 급제한 뒤 여러 관직을 거치며 목은(牧隱) 이색 등 당대의 문인들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그의 시에는 세태 비판과 나라에 대한 우려, 자연을 노래한 작품 등 고려 사대부 문학의 정수가 담겨 있다.

단국대가 소장한 유항선생시집은 선생 사후 둘째 아들 상질(尙質)이 아버지의 시를 모아 엮은 원고를 유항의 제자인 성석용(전라도관찰사)과 이균(금산 현감)이 1400년(정종 2년) 목판으로 간행한 초간본이다.

현존하는 판본은 하버드 옌칭도서관, 고려대 만송문고, 단국대 소장본 등 총 3책이다.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본은 우리나라 국학계의 원로였던 연민(淵民) 이가원(李家源·1917~2000) 선생이 기증한 초간본이자 국내 유일의 완전본으로 그 완결성을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됐다.

시집에는 고려 말 대표적인 문인인 권근의 서문, 이색의 묘지명, 우왕의 교서, 윤회종의 발문을 포함해 시 146제 218수가 수록돼 있다. 유항 선생의 생애와 사상, 학문과 인품은 물론 고려 말 사대부의 정치‧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시집은 조선 초기 시문집 간행과 목판 인쇄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서지학적 가치도 높다. 특히 14세기 말 이전 문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계선(界線), 흑구(黑口), 어미(魚尾) 등이 나타나 여말선초의 목판 인쇄술 변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훼손 없이 체제와 내용이 완전한 국내 유일본이라는 데 의미가 더욱 크다.

대표작인 두미원의 강 언덕(杜美院江岸)에서 유항 선생은 “햇빛이 잠깐 움직이자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오고, 하늘 그림자가 멀리 잠기자 돛단배는 한가롭게 가네 (日華乍動風來軟 天影遠涵帆去閑)”라고 노래했다.

권근은 그의 시를 “간결하고 충담하며 여운이 깊다”고 평했다. 고려 말의 정치적 격랑 속에서도 온화한 품성과 절제된 심성을 잃지 않은 유항 문학의 특징을 보여준다.

박성순 관장은 “이번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지정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그 학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데 기여 해 온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의 노력을 인정받은 뜻깊은 성과”라며 “시집의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 공개를 통해 한국 고전학 연구 발전에 힘쓰겠다” 고 밝혔다.


천안=나경화 기자 nkh67@daum.net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나경화 기자
nakh67@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