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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지주택 환불약정 무효여도 정상 추진 땐 분담금 반환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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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07 11:26:08   폰트크기 변경      
“주택건설 절차따라 정상 진행… 계약무효 주장은 신의칙 위반”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지역주택조합이 ‘기한 내에 사업승인 신청을 접수하지 못하면 계약금을 전액 환불한다’고 약정했더라도 주택건설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까지 납부하며 계약을 유지했다면 뒤늦게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분담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A씨 등이 창원 의창구의 B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납입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씨 등은 2015년 6월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하고 분담금을 납부했다. 계약 당시 B조합은 A씨 등에게 ‘2015년 12월까지 사업승인 신청 접수를 하지 못할 경우 계약금 일체를 환불한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 확약서를 내줬다.

하지만 사업승인 신청은 2016년 5월까지 미뤄졌고, 조합은 약 두 달 뒤인 7월에야 사업승인을 받았다. 이후 A씨 등은 추가 분담금을 내고 은행 대출을 받아 중도금도 냈지만, 대출 만기일까지 갚지 않아 연대보증을 섰던 조합이 대출금을 대신 갚았다. 이후에도 A씨 등이 대출금을 갚거나 분담금을 내지 않자 조합은 규약에 따라 A씨 등을 조합원에서 제명했다.

그러자 A씨 등은 “환불보장약정은 총회 결의 없이 이뤄져 무효인데, 이를 유효하다고 착오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이는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돼 계약이 취소돼야 한다”며 납입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ㆍ2심은 모두 “B조합이 A씨 등에게 부당이득으로서 분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환불보장약정은 조합원 분담금 반환을 전제로 하는 만큼 조합 재산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총유물 처분행위에 해당한다”며 “조합규약상 총회 의결사항인데 조합은 결의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약정은 무효”라고 봤다.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임을 알았다면 A씨 등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인 이상 그와 일체로 체결된 조합가입계약도 무효라는 게 2심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분담금 반환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목적은 조합가입계약의 목적 달성 실패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지 분담금 반환을 절대적으로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택건설사업은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안정적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조합원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된다”며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나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 동안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고 주택건설사업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조합가입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조합원에서 제명된 A씨 등에게 분담금을 전액 그대로 반환함으로써 조합의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의칙은 계약과 같이 일정한 법률관계에서는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우리 민법의 기본원리다. 민법 제2조 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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