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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논란 여파…광장시장 썰렁한 골목에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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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08 06:50:40   폰트크기 변경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금·토요일 저녁 8시경 시민들이 노점 사이를 지나고 있는 모습을 담은 SNS 쇼츠 영상이 올라왔다. 최근 바가지 논란 이후 일부 구역은 손님이 줄며 한산한 모습이다. /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바가지 논란이 한 번 터지면 (장사가) 두 달은 망해요. 올해 연말은 진짜 버티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초입은 평소처럼 북적였다. SNS에서 ‘필수 방문’으로 꼽히는 꽈배기집과 굴 맛집 등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하지만 몇 걸음만 안쪽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급격히 바뀌었다. 상인들은 어둑한 통로에서 “어서 와요, 우리가 원조”라고 힘없이 외쳤다. 육회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연말이면 회식ㆍ송년회 손님으로 자리가 없었는데, 올해는 매출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고 말했다.

밤 8~9시 무렵이 되자, 아예 장사를 접는 노점도 여럿 보였다. 반찬가게 상인 B씨는 “손님들이 (음식) 양을 일일이 따지고, 용기까지 확인한다. 장사하러 나오는 게 아니라 검사받으러 나오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이런 상황이 한 유튜버의 폭로에서 촉발됐다고 입을 모았다. 8000원짜리 순대를 주문했는데 주문하지도 않은 고기를 임의로 섞어 1만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초 영상이 올라온 후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조회수가 1000만을 넘는 등 논란이 격해지자, 상인회는 해당 노점에 ‘영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여론이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영상이 올라왔다. 상인이 “1인 최소 5000원 주문”을 이유로 추가 주문을 요구했지만, 정작 나온 떡볶이는 떡 6개, 순대는 9개뿐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장면도 논란을 키웠다.

지난달 4일 149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이상한 과자가게’는 유튜브를 통해 광장시장에서 겪은 ‘바가지 요금’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 사진 : 유튜브 채널 ‘이상한 과자가게’ 캡처


여론은 싸늘해졌다. “거르는 게 답” “안 가면 된다”는 냉소부터 “노점 실명제를 도입하고 문제 노점은 즉시 퇴출해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까지 잇따랐다.

광장시장은 일반 점포 중심의 ‘광장시장’과 먹거리 노점 중심의 ‘광장전통시장’ 두 개의 상인회로 나뉘어 있다. 상인 C씨는 “문제는 대부분 거리 중간 노점 구역에서 발생하지만, 전체 상인 이미지가 함께 훼손되는 구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광장시장총상인회는 이번 사태로 누적된 피해가 크다며 노점 상인회를 상대로 3억원대 손해배상 소송도 준비 중이다.

중앙정부도 직접 움직였다. 지난 5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서울시ㆍ종로구와 함께 ‘광장시장 신뢰 회복 및 상생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병권 중기부 2차관은 “광장시장은 한국을 알리는 첫 관문이자 외국 관광객이 가장 먼저 접하는 전통시장”이라며 “신뢰 회복은 시장 전체의 생존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 보호를 위해서도 필수”라고 했다. 이어 “정확한 가격표시제 이행, 결제 과정 투명화, 외국인 안내 체계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가격표시제, 결제방식 개선, 다국어 안내 등 시장 운영 전반의 표준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량표시제의 경우 2023년 시행 당시 메뉴판 옆에 중량을 표기하도록 했으나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계량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중단됐다.

대안으로 추진된 QR 메뉴시스템은 먹거리 노점 114곳 중 88곳만 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량 사진과 20개 언어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지만, 상인 참여가 의무가 아니어서 확산 속도는 더디다. 신용카드 결제 역시 노점 114곳 중 약 70곳만 결제대행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어 개선이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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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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