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용 어센트코리아 대표]
“AI에 호출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
![]() |
| 지난 4일 <대한경제>가 주최한 ‘컨테이블 20925 프렌즈 나잇’ 행사에서 AI, 로봇, 양자컴퓨팅, 검색 데이터 등 테크 분야의 핫이슈를 놓고 30여명의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세용 어센트코리아 대표가 ‘검색의 진화, 욕망을 읽는 데이터’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 안윤수 기자 ays77@ |
![]()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브랜드가 AI에게 호출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제일기획 출신으로 ‘인텐트(의도) 마케팅’을 국내에 도입한 박세용 어센트코리아 대표는 지난 4일 〈대한경제〉가 주최한 ‘컨테이블 2025 프렌즈 나잇’에서 최근 AI 시대 마케팅의 본질적 변화를 이 같이 규정했다.
박 대표는 최근 “AI 때문에 검색이 사라진다”는 주장이 회자되지만 실제 데이터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 구글 검색 점유율은 2023년 3월 92.9%에서 2025년 9월 90.4% 수준으로 거의 유지되고 있다. 검색은 여전히 사용되지만, 검색을 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미 2019년부터 전체 검색의 절반은 클릭 없이 끝나는 ‘제로 클릭’이었다”며 “AI 오버뷰, 모바일 위젯, 피처드 스니펫 등으로 클릭 비중은 더 줄었다”고 말했다. 기업이 웹사이트로 유입을 견인하던 기존 구조가 사실상 붕괴한 셈이다.
박 대표는 디지털 마케팅의 변화를 ‘오프라인 입지 → 검색 상위 노출 → AI 호출’의 세 단계로 정의했다. 그는 “지난 25년 동안 기업이 가장 공들여온 경쟁은 검색 상위 노출이었다”며 “이제는 쳇GPT·클로드·구글 등 소수의 AI가 전 세계 데이터를 의미 공간으로 재구축했고, 사용자의 상황에 맞는 브랜드를 직접 호출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AI는 과거 검색처럼 ‘초기 탐색 → 정보 탐색 → 경험 탐색 → 구매 확정’으로 이어지는 단계형 여정을 제공하지 않는다. 필요한 정보를 한 페이지에 통합해 제시한다. 박 대표는 “AI가 고객 여정 전체를 한페이지로 압축하면서 고객의 탐색 과정 자체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글과 GPT 기반 AI의 쿼리 길이 차이를 제시하며 소비자 행동 변화도 강조했다. 구글의 평균 검색어는 3.2단어지만 GPT의 평균 프롬프트는 90단어가 넘는다. 박 대표는 “소비자는 AI에게 훨씬 더 정확한 맥락—감정, 제약조건, 상황—을 설명한다”며 다음과 같은 변화된 검색 방식을 예로 들었다.
기존 검색이 “단백질 간식 추천”이었다면, AI 검색은 “운동 시작한 지 일주일 됐는데 출근길에 손 안 묻히고 먹을 단백질 간식 추천해줘” 식이다. AI는 이런 세밀한 문맥을 읽고 브랜드를 추천한다. “이제 브랜드는 이름이 아니라 ‘상황’으로 기억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가 가장 강조한 개념은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EP)’다. 소비자가 어떤 상황에서 특정 제품군을 떠올리는지 보여주는 좌표다. 피자-콜라, 치킨-맥주처럼 강하게 연결된 조합이 대표적이다. 베이킹소다의 경우 ‘세탁기 청소’, ‘흰옷 세탁’이 CEP로 잡히며, 논알코올 맥주는 ‘임신 중’, ‘근무 중’, ‘항암 치료 중’ 같은 상황과 함께 검색되는 것이 데이터 분석에서 확인된다.
박 대표는 “AI 검색은 키워드가 아니라 상황을 기억한다”며 “브랜딩은 고유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보다 어떤 상황을 점유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AI가 브랜드를 호출하는 기준이 바로 이 CEP 정렬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SEO(검색엔진 최적화)에서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로의 전환을 설명했다. SEO가 키워드 중심이라면, GEO는 의도(인텐트), 의미적 유사도, 문맥 기반 정렬에 집중한다.
기업 웹사이트만 챙겨서는 부족하고, 블로그·커뮤니티·SNS·리뷰·미디어 등 외부 콘텐츠 전반에서 브랜드가 어떤 맥락으로 언급되는지가 중요해진다. 그는 “AI 검색에서 호출되는 브랜드는 구매 전환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기업 입장에선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호출되는 것이 성과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에선 B2B 기업의 가능성도 논의됐다. 박 대표는 “삼성처럼 수만 페이지를 가진 기업은 의미 공간에서 토픽이 분산되지만, B2B 기업은 적은 페이지로도 특정 토픽을 강하게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기업은 한국어 콘텐츠만 잘 써도 글로벌 LLM 반영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로 꼽았다.
‘AI가 AI 콘텐츠를 다시 학습해 품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구글의 현재 대응 방식을 들어 답했다. 그는 “구글은 E-E-A-T(전문성·경험·권위·신뢰)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기 시작했다. AI로 대량 생성된 뻔한 글은 크롤 비중이 줄고, 실제 경험과 전문성을 담은 콘텐츠는 더 강하게 인정받는다. AI는 이미 ‘찐 경험’을 걸러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제목에 키워드 두 개 넣으면 상위 노출되던 시대는 끝났다”며 “PR과 마케팅의 경계가 사라졌고, 기업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가 돼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