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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블 2025 프렌즈 나잇]③윤지원 SD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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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09 05:00:13   폰트크기 변경      
“QPU 패권 경쟁은 미국의 게임…韓, 소재ㆍ부품ㆍ장비로 승부해야”

[윤지원 SDT 대표]
“두뇌보다 몸과 장기 만들어야…엔비디아보다 폭스콘 모델로”


지난 4일 <대한경제>가 주최한 ‘컨테이블 20925 프렌즈 나잇’ 행사에서 AI, 로봇, 양자컴퓨팅, 검색 데이터 등 테크 분야의 핫이슈를 놓고 30여명의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윤지원 SDT 대표가  ‘K-양자컴퓨터 생존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한국은 ‘양자 소재·부품·장비(소부장)’로 승부해야 합니다. 엔비디아(설계사)가 아니라 폭스콘(제조사)이죠.”

국내 유일의 양자컴퓨터 제조기업을 이끄는 윤지원 SDT 대표는 지난 4일 〈대한경제〉가 주최한 ‘컨테이블 2025 프렌즈 나잇’에서 “QPU(양자처리장치, 양자칩) 패권 경쟁은 미국의 게임이며, 한국은 제조·장비 중심의 소부장에서 세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대표는 “양자 분야 연구를 2008년부터 해왔지만 사회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최근의 일”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주요 양자 기업 주가가 빠르게 상승한 것은 변곡점 도래에 대한 시장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그는 “큐비트 집적도는 12~24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며 “구글, 큐에라(QuEra)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류 수정 기술과 중성원자 플랫폼 확장성을 증명하면서 기술적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양자컴퓨터 경쟁의 본질은 QPU(양자처리장치, 이른바 양자칩)의 대규모 확장성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400,000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기업이 사실상 승자가 되는 구조”라며 “이는 반도체 산업에서 인텔과 엔비디아가 승자독식 구조를 만든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냉정하다. 양자 분야에 투입되는 국내 예산은 연간 약 2000억원으로, “미국의 한 중견 양자 기업이 내는 연간 적자보다 작은 수준”이라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조건에서 한국이 QPU 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지는 게임”이라며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장비 역량을 살려 소부장 중심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현실적 조언을 했다.

그는 QPU 패권 경쟁은 미국의 게임이며, 한국은 제조·장비 중심의 소부장에서 세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양자 상용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5~10년 내 양자 데이터센터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다.

SDT의 전략은 분명하다. QPU를 경쟁적으로 개발하기보다, QPU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장비·부품을 공급하는 ‘제조 인프라 플랫폼’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SDT는 극저온 냉각장비, RF·전자제어 장비, 다채널 제어 유닛(QCU), 양자·GPU 혼합형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을 자체 개발해 상용 공급하고 있다.

윤 대표는 “우리는 양자컴퓨터의 두뇌(QPU)를 만들지는 않지만, 그 두뇌가 살아 숨 쉬도록 돕는 몸과 장기를 만든다”며 “나중에 양자 장비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처럼 ‘찍어내는 게임’으로 갈 것이며, 이런 구조에서는 한국 제조업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산 냉각장비가 40~50억 원에 달하는 데 비해, SDT는 절반 이하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기술 인력 흐름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AI 대학원이 경쟁이 치열했지만 지금은 양자대학원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AI는 알파고 이후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양자는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고 전망했다. 이어 “양자 분야는 수년 뒤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명확하다”며 “조금만 성과가 나오면 투자와 산업 성장이 폭발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장에선 “양자와 로봇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질문이 나왔다. 윤 대표는 “정밀 전자장비 제조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더 잘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면서도 “한국은 다양한 레이어의 엔지니어가 존재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양자 기술의 인력 구조 특성에 대해선 “여전히 도제식 전수 방식이 남아 있고, 미국 유학파 중심의 분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국내 엔지니어들이 빠르게 기술을 따라잡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자 기술의 초기 상용화 흐름으로는 배터리 회사의 물질 성분 인지 센싱, 난수 기반 보안 장비, 양자 암호화 기술, 연구기관·데이터센터용 냉각·제어 장비 공급 등을 예로 들었다. 윤 대표는 “유의미한 규모의 계산 성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상용화 자체는 이미 시작됐다”며 “향후 QPU뿐 아니라 주변 장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표는 “우리가 잘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판에서 싸워야 한다”며 “양자 산업은 빠르게 움직이는 소수의 기업이 기회를 가져가는 시장이고, 한국은 생각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마무리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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