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최장주 기자] 중동 사태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자 주유업계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카드업계는 오히려 결제액이 늘수록 적자가 커지는 ‘역마진 구조’를 이유로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최근 고유가 기간에 한해 카드 수수료율을 현행 1.5%에서 0.8~1.2%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정부와 카드업계에 요구했다.
주유업계는 판매가격에서 세금(유류세) 비중이 큰 상황에서 이를 포함한 총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은 불합리하며 유가 상승으로 결제액이 커지면 카드사들의 수익만 늘어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주유소들 역시 최고가격제 등에 맞춰 기름값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만큼,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로 고통 분담에 나서준다면 가격 인하 여력이 커져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유가 상승이 곧 카드사의 수익 증대로 직결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카드 수수료는 결제금액에 비례해 조달·마케팅 비용 등도 함께 증가하는 적격비용 원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유 업종에 적용되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1.5%에 불과하지만, 카드사가 부담하는 실질 원가는 약 2.1% 수준으로 수익보다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실질 원가에는 주유 특화 카드의 막대한 혜택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즉 카드사는 주유 결제가 일어날 때마다 손실을 보는 구조인 탓에, 고유가로 결제액 덩치가 커질수록 카드사가 떠안는 적자 규모도 덩달아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신금융협회 집계 결과 지난달 주유 업종 카드 매출은 1월보다 약 5300억원 증가했는데, 카드업계는 이를 토대로 수수료 수익이 약 80억원 늘어나는 동안 비용은 112억원 규모로 뛰어 최근 한 달 사이에만 약 32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금을 제외하고 수수료를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카드업계는 선을 그었다. 카드사는 세금 공제 여부와 무관하게 전체 대금을 주유소에 선지급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비용과 연체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주유소는 특수가맹점으로 분류돼 이미 일반 가맹점 평균(2.08%)을 크게 밑도는 1.5%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기도 하다.
금융당국 역시 수수료율 추가 인하에 부정적인 기류다. 이미 낮은 요율을 적용받는 상황에서 특정 업종만 일시적으로 수수료를 조정할 경우, 다른 민생 업종의 연쇄적 인하 요구가 빗발칠 수 있어 형평성 문제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결국 수수료 인하 요구가 계속될 경우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주유 특화 카드를 단종하는 등 소비자 혜택 축소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구조적 적자와 조달비용 상승 속에서도 중동 사태 극복을 돕기 위해 주유 특화 카드 혜택을 늘리는 등 상생 지원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고통 분담이라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추가적인 비용 인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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