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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경영책임자 안전·보건 확보 의무보다 정부 지원이 우선”
기사입력 2021-05-27 15:00:24   폰트크기 변경      
건협 서울시회 등 중대재해처벌법의 건설산업 대응방안 세미나 개최…합리적인 처벌조항 마련 필요

2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의 건설산업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가영현 법무법인 민 변호사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쟁점과 대응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보다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중대재해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한 경우 책임을 감면하고, 과실범에 적합한 합리적인 처벌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 대한건축학회, 한국건축시공학회, 법무법인(유) 광장은 2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건설산업 대응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건설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내용과 쟁점이 무엇인지, 기업들이 변화된 경영환경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선 가영현 법무법인(유) 민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쟁점과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보다는 정부의 사업주에 대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사업주·법인·기관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지원·지도 등을 담은 조항은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재까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술 지원·지도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 변호사는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이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안전·보건 의무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준비하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에도 법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유예하는 내용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사례로 본 중대재해처벌법 향후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립을 위한 초기비용을 지원하고,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비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연구위원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데, 시행령 등이 확정되지 않아 미리 준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건설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립을 위한 초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관리비용 계상 의무가 발주자에게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등과 같이 비용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중대재해 예방과 시민·종사자의 생명·신체 보호라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에 맞춰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을 다한 경우 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가 변호사는 “기업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다했으나 사고가 발생해 중대재해에 이른 경우 사업주의 형사책임을 감면하는 등의 고려가 필요하다”며 “보완 입법과 시행령 제정 때 책임 감경 및 면제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에 적합한 처벌 규정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1년 이상의 하한형 징역에 처하도록 했는데, 개인 처벌 조항이 아예 없는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 개인 처벌 하한형이 없는 호주의 기업과실치사제도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가혹한 만큼 하한형 징역을 삭제해야 한다고 최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나기선 건협 서울시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1년 이상 징역형, 10억원 이하 벌금형 등의 과도한 처벌로 CEO(최고경영자) 전과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며 “유능한 CEO, 건설기술인 등 경영책임자들이 건설업을 기피해 결국 건설산업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건설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건설현장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된 보완 입법과 함께 실질적인 산재사고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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