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특별법(이하 건안법)이 제정되면 건설기업들은 패닉상태에 빠져 기업경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될 수 있습니다.”
건설업계가 건안법 제정을 멈춰 달라며 한목소리로 호소하고 나섰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김상수)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건안법의 입법 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에 제출했다고 9일 밝혔다.
건설단체 14곳이 건안법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과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이미 강력한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책임을 묻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건안법까지 추가로 만들게 되면 잇단 처벌로 결국 살아남을 기업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건단련은 안전사고를 줄인다는 명분 아래 과도한 입법으로 건설기업만을 콕 집어 옥죄는 방식의 입법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특히, 건안법 제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에 대해선 50억원 이하 벌금 및 손해발생액의 5배 이내 배상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건안법 제정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성과를 보고 난 후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단련은 처벌 강화와 사망사고 발생의 낮은 연관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처벌 수준을 1년 이하 징역에서 7년 이하 징역으로 무려 7배 강화한 전부 개정 산안법, 이른바 ‘김용균법’이 지난해 1월 시행에 들어갔지만 사고사망자 수는 2019년 855명에서 지난해 882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처벌 중심의 법은 이미 충분하고, 기존의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사고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건단련은 건안법에 내재된 크고 작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건안법은 발주자에게 적정한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의 산정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적정공기와 공사비용을 ‘제공’해야 한다는 막연한 표현 탓에 발주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아 건안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한 건안법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에만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 전기·정보통신·소방공사 등은 건안법 적용의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건물을 짓더라도 동일현장에서 ‘건설공사’에 한해 건안법이 적용되고, ‘전기·정보통신·소방공사’는 건안법이 적용되지 않아 불완전한 법으로 전락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건단련은 비판했다.
건단련은 건안법과 산안법의 중복 문제도 제기했다.
건안법은 ‘건설공사 안전관리’에 대해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한다고 규정하면서 산안법에서 ‘근로자 안전’에 관해 따로 정하고 있는 사항은 제외한다고 했는데, 건안법에는 시공자의 안전관리의무 등 산안법과 겹치는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는 탓에 현장에서는 어느 법을 따라야 하는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건단련 관계자는 “코로나19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들의 몸부림이 절규에 가깝다”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안법에서 정한 안전의무 준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건안법까지 만든다면 기업들은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안법 제정을 유보하고, 불가피하게 건안법을 제정해야 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경남기자 knp@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