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인정범위도 ‘건설공사업무’→‘건설관련업무’로 확대
90만 건설기술인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부족한 공사비, 촉박한 공사기간 등 건설산업의 안에서부터 코로나19 확산, 공급망 불안 등 건설산업의 바깥에 이르기까지 건설기술인은 지금 거센 폭풍의 한 가운데 서 있다.
건설산업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에 건설기술인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질 법도 한데, 건설기술인은 한국건설기술인협회(회장 김연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찾아가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며 건설기술인 권리 침해에 대한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는 ‘공정건설지원센터’는 바로 건설기술인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기술인협회는 발주자·사용자 등의 부당행위를 신고하고 처리할 수 있는 기관을 설치·운영하는 내용의 건설기술 진흥법 개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냈다.
그 결과, 서울, 원주, 대전, 익산, 부산 등 전국 5곳의 국토교통부 지방국토관리청에 공정건설지원센터가 설치됐다.
앞서 지난 2018년 제정된 ‘건설기술인 권리헌장’은 건설기술인이 업무수행과 관련해 발주자나 사용자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은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부당한 요구에 대한 개념과 구체성이 미흡한 탓에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설기술인협회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건진법 개정을 적극 요구해 ‘부당한 요구’의 판단기준과 위반 행위자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
대표적인 발주자·사용자의 ‘부당한 요구’는 △설계·시공 기준 및 설계도서, 시방서 또는 그 밖의 관계 서류의 내용과 맞지 않는 사항 △기성부분검사, 준공검사 또는 품질시험 결과 등을 조작·왜곡하도록 하거나 거짓으로 증언·서명하도록 하는 사항 △다른 법령에 따른 근무시간 및 근무환경 등에 관한 기준을 위반하는 사항 등으로 못박았다.
건설기술인이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 공정건설지원센터에 신고할 수 있고,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센터에서 공정건설지원센터에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공정건설지원센터는 건설기술인의 권익과 전문성을 보장받고, 건설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설기술인의 업무영역이 크게 확장된 것도 건설기술인협회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그동안 건설기술인의 경력인정 범위는 ‘건설공사’로 한정됐다.
건설공사는 일반적으로 ‘설계전 단계-설계단계-계약단계-시공(공사)단계-유지관리단계’라는 사이클을 거쳐 완성되는데, 유독 건설공사 과정에 한해서만 건설기술인의 경력을 인정하는 모순이 발생했다.
건설공사의 전 사이클 중 건설기술인의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업무가 ‘건설공사’로 제한돼 있다보니 건설기술인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설기술인협회는 국토부와 머리를 맞댄 끝에 ‘건설기술인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에 명시돼 있는 ‘건설공사 업무’를 ‘건설 관련 업무’로 개정하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냈다.
건설공사는 물론 건설에 필요한 관련 법령, 제도·정책에 대한 개발·조사·연구 및 관리 등을 수행하는 업무도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면서 건설기술인들의 영역이 크게 넓어진 것이다.
건설기술인의 높아진 위상은 대외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건설기술인의 날’ 제정 이후 기념행사는 2019년까지 20년 가까이 국토교통부 행사로 치러졌다.
집안 잔치였던 ‘건설기술인의 날’ 기념행사는 작년부터 국무총리 행사로 격이 높아졌다. 정부는 물론 국민들의 건설기술인을 향한 시각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또한 건설기술인협회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건설기술인의 활동 무대를 넓혔다.
건설기술인협회는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 한국기술사회, 한국여성기술인협회, 해외건설협회 등 건설 관련 기관·단체는 물론 국가철도공단, 국방시설본부, 국토안전관리원 등 정부·공공기관과도 손을 잡고, 건설기술인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협업체제를 구축했다.
박경남기자 knp@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