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선정 기준ㆍ모집 과정 ‘깜깜이’
신규업체 가입은 ‘하늘의 별따기’
내진공법 등록 3社가 물량 독식
국방부에서 운영 중인 ‘신기술ㆍ우수제품 제안서 평가’ 제도가 불공정하고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업체 선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는 데다 사실상 신규 업체의 추가 가입도 막고 있어, 기 가입한 업체들만을 위한 제도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6년 민간업체의 신기술 및 우수제품을 국방 시설에 적용해 고품질 시공을 구현한다는 목적으로 신기술ㆍ우수제품 제안서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지자체 등 일부 발주기관에서 운영 중인 신기술 플랫폼과 유사한 제도로, 관련업계에서는 국방부의 ‘신기술 플랫폼’으로 통용되고 있다.
군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면 신기술 보유 업체는 자유롭게 가입 신청을 할 수 있으며, 가입된 업체들은 군이 발주하는 모든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해당 제도는 처음 2년간 국방부에서 직접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ㆍ관리하다 2018년부터 국방시설본부로 업체 선정 권한 및 예산 등이 위임된 상태다.
문제는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특정 분야에 있어 업체 선정 절차가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이에 따른 사업 운영도 폐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내진공법 분야다. 국방부는 2018년부터 군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사업을 플랫폼 가입 업체 위주로 진행하고 있지만, 신규 업체가 가입하기에는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우선 업체 선정 기준부터가 모호하다. 국방부에선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를 하지 않고 있어, 신기술 보유 업체들도 고배를 마시기 일쑤다. 플랫폼 가입을 시도 중인 A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군 건축물 설계에 반영된 내진공법은 신기술이 아닌 특허”라며, “우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공법은 까다로운 인증 심사를 통과한 방재신기술로 시공성은 물론 경제성도 기존 특허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하지만, 번번이 플랫폼 심의에서 퇴짜를 맞고 있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플랫폼 가입사 모집도 ‘깜깜이’로 진행된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국방부 플랫폼에서 내진공법 가입 신청을 마지막으로 접수한 게 2019년 6월로 알고 있다. 당시 국방부는 불시에 플랫폼 등록 접수를 진행한 탓에 업체 다수가 참여하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한국도로공사ㆍ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별도의 홈페이지를 두고 상시적으로 가입신청을 받는 다른 발주처의 플랫폼과 대조된다.
이런 탓에 군 건축물 내진보강사업은 이미 가입된 업체 위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내진공사업계에서는 현재 국방부 플랫폼에 등록된 내진전문업체는 2018년 최초 가입한 M사와 2019년 추가 등록된 H기술, H시스템 등 3사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H기술과 H시스템은 같은 그룹 계열사라는 점에서 실제 2개사가 국방부가 발주하는 모든 내진보강사업을 독과점하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국방부의 내진보강사업 발주현황을 살펴보면 특정공법이 적용된 사업 총 54건 가운데 H기술이 39건(402억원), M사가 12건(150억원), H시스템이 1건(2억7000만원)을 수주했다. 속칭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셈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신기술 활성화를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할 플랫폼 제도가 몇몇 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 이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내진공사는 기타 분야와 달리 관심을 보인 기업들이 없었기 때문에 3개 민간기업만 등록돼 있는 상황이지 의도적으로 기업들의 가입을 제한한 적은 없다”면서, “다만, 해당 제도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올해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계풍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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