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 회원사중 50세미만 대표
74곳 뿐… 역피라미드 구조 문제
4차산업 발맞춰 젊은리더 나와야
기술개발 위한 선순환적 환경 조성
기술력 중심 특정공법 심의 힘쓰고
신기술 홍보망 구축에도 ‘팔걷어’
교통신기술 전문적 사후관리 추진
건설신기술 활용실적 체제도 개편
분야별 전문가 선정… 투명성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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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건설신기술 시장 발전을 위해서 젊은 리더의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윤수기자 ays77@ |
[e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젊은 리더들이 마음 놓고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박종면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 회장은 세대교체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역설했다. “신기술업계가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려면 모험 정신이 투철한 젊은 리더의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박종면 회장부터 ‘젊은 피’에 해당한다. 1969년생인 그는 2019년 11월 50세로 전국 600여 회원사를 대변하는 리더가 됐다. 역대 최연소 협회장으로, 선대 회장들보다 열살 정도 빨랐다.
회장직을 맡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봉착했으나, 박 회장은 패기과 뚝심으로 난관을 뚫고 나갔다. 재임 기간 동안 ‘역대 최다 신기술 활용’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도 이끌어냈다. 2019년과 2020년 건설신기술 활용 건수는 평균 2300건으로 바로 직전인 2018년(2100여건)보다 10%가량 늘어났다.
그 결과, 박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제11대 회장에 선임됐다. 첫 수장을 맡을 때나 시간이 흘러 두 번째 임기에 들어선 지금도 그의 시선은 ‘젊은 리더 육성’에 맞춰져 있다. 50세 이상의 대표들이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로는 앞으로 100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회장은 “현재 전체 600여 회원사 가운데 50세 미만의 기술자가 운영하는 곳은 74개사(12%)에 불과하다”며, “4차산업 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에 맞서 신기술업계가 약진하려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리더를 배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취임 100일을 앞둔 박종면 회장을 협회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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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 회장이 서울 송파구 문정동 협회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
제도개선ㆍ홍보…기술개발 독려 위한 필수과제
박 회장은 젊은 기술자들의 기술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현장반영-자금확보-기술개발’의 선순환적인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회장이 첫 임기 2년 동안 신기술 우선의 ‘특정공법 심의 개선’에 매달린 이유도 이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특정공법 심의는 정부기관 및 지자체 발주공사에 설계ㆍ반영될 공법을 가리는 절차다. 문제는 특정공법 선정기준안이 신기술과 특허를 똑같이 취급하고 있어 신기술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행정안전부는 협회 등 업계의 의견을 수렴, 지난해 4월 지방계약법 계약예규를 개정하며 기존 기술ㆍ가격 배점 비율을 6대 4에서 9대 1로 조정했지만, 국토부 등 여타 부처는 여전히 동일한 배점 비율(40%)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박 회장은 “신기술은 수억원 상당의 연구개발 비용과 복잡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반면, 특허는 단순 아이디어만으로도 인증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지자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발주처가 여전히 신기술과 특허를 ‘특정공법’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어 입찰을 진행하는 탓에 가격경쟁력이 높은 특허기술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 임기에는 현행 특정공법 심의의 불합리함을 적극적으로 건의해 기술력 위주의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제도 개선 이외에도 신기술에 대한 홍보망 구축에도 온 힘을 다했다. 기술을 잘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잘 알리는 일이지만, 홍보에 일가견이 없는 기술자 중심의 시장 구조상 홍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제 막 시장에 발을 디뎠거나, 업력이 짧은 젊은 기술자에게는 홍보에 대한 니즈(needs)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박 회장은 강조했다.
첫 임기 시작 후 몇달 지나지 않아 불어닥친 코로나19는 신기술 저변 확대에 치명적이었다. 신기술 홍보를 위한 각종 오프라인 전시회가 속속 무산됐다.
그러나 박 회장은 특유의 기지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지난해 6월 협회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건설신기술 온라인 상설 전시장’은 박 회장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산물이었다. 박 회장은 “온라인 전시장 운영을 통해 발주처, 설계사가 언제 어디서든 신기술에 대한 소개자료, 공법 동영상, 활용실적 등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공개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에도 신기술 수요가 꾸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협회 자생력 강화 및 실적관리 확대ㆍ개편
박 회장이 새 임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내실 다지기’다. 이 역시도 후배들을 위한 것이다. 협회 스스로가 단단한 자생력을 가져야 후배 기술자들의 성장에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 중인 교통신기술의 사후관리 업무를 확보한 후 교통신기술 분야 회원사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협회의 재무적 기반을 좀 더 견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박 회장은 “현재 국토부, 국토교통진흥원과 ‘교통신기술 활용실적 접수 및 관리’를 수행하는 안에 대해 논의 중이며, 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해당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 같다”며, “그동안 관리가 취약했던 교통신기술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사후관리를 진행해 교통신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고 협회도 교통 분야 회원사를 유치해 시장과 협회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신기술 활용실적 관리체제도 새롭게 개편할 예정이다. 그동안 협회 사무국 직원에 의해 관리해오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건설신기술 활용실적 관리위원회’의 운영을 통해 정확한 활용실적 관리를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신기술 활용실적은 발주처의 특정공법 심의 평가항목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잘못 집계된 실적은 불공정 경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업계 및 협회의 신뢰성도 잃을 수 있다”고 언급한 뒤, “분야별 전문가를 관리위원으로 선정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체제를 확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타 플레이어’를 키워라
박 회장은 인터뷰 내내 ‘스타 플레이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팝 산업을 세계 최정상으로 끌어올린 BTS나, 국내 축구계의 위상을 올려놓은 손흥민 같은 스타 플레이어를 발굴한다면, 신기술이 국내 건설산업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는 데 자양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다.
물론 이는 젊은 피 육성과도 맞닿아 있다.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젊은 엔지니어가 엄청난 매출을 생산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한다면 굳이 협회 차원에서 홍보할 필요없이 시장이 커지고 위에서 언급한 선순환이 자동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견해다.
박 회장은 “누군가의 목표와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가 등장한다면, 지금 학교에 있는 관련 전공자들이 건설산업의 미래를 꿈꾸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며, “이러한 여건을 만들도록 협회장으로서 모든 열정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박종면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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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 회장은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형 리더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따라 시장을 움직이기보다는 회원사 스스로 끊임 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도록 돕는 조력자다.
서울시립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고려대에서 KNA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위촉연구원, 동아건설산업 과장 등을 지냈고, 현재 지승씨앤아이 대표이사와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건설신기술 관련 스타트업 및 신생 개발자와 소통,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젊은 리더를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계풍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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