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달러 밑으로 떨어진 국제유가
코로나 변이확산에 유가상승 제동, 백악관은 산유국에 증산 압력 행사
중동시장 재정 여력 회복되지 않으면 해외건설 수주도 악재
해외건설 시장의 절대변수인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밑에서 맴돌며 주춤하고 있다.
코로나 델타변이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원유 수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백악관이 경기 회복을 위해 산유국들의 증산을 압박하는 등 유가는 하방 압력이 더해진 상태다.
해외건설 시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 산유국의 재정 여력 회복이 늦어질 경우, 업계가 기대했던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 상황도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의 배럴당 가격은 전일 대비 0.94% 하락한 68.44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WTI는 8거래일 연속 60달러대로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국제유가(WTI 기준)는 6월 70달러를 돌파, 지난달 13일에는 75.25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4일 68.15달러로 하락한 후 좀처럼 70달러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하락한 원인은 델타변이의 전 세계적인 확산이다. 당초 백신이 보급되면서 종결될 것으로 보였던 코로나19가 델타변이를 중심으로 재확산하면서 경기재개 시점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10만배럴 축소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 탓에 전세계 원유 수요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IEA의 예상이다. IEA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주요 원유 소비국가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봉쇄와 규제로 인해 원유 사용량과 이동량이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은 유가를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가격 하락에 대한 압력을 가하는 중이다.
백악관은 최근 이례적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에 원유 추가 증산을 요구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통해 “최근 OPEC+의 증산 계획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석유 감산분을 상쇄하지 못하는 등 세계 경제 회복 국면에서 충분하지 않다”면서 “OPEC+에서 경제 회복에 더 많이 공헌해야 한다”며 추가 증산을 촉구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자국 내 휘발유 가격의 부당 인상 요인 조사를 요구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인 상태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꺾이자, 해외건설 수주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해외건설 시장에서 중동지역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진출이 시작된 이후 올 상반기까지 중동시장에서 수주한 금액은 4548억달러로, 전체 수주(8837억달러)의 51.5%를 차지한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가가 상당 부분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최근 몇년간 저유가가 이어진 탓에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 여력은 신규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추진해볼 만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라며 “중동시장에서 적극적인 발주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70달러 이상의 유가가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동지역 주요 발주국가들의 재정균형 유가를 70달러∼90달러로 평가한다.
김희용기자 hyong@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