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업 설계, 기술사만 최종 날인
김영식 의원 “안전사고 방지 목적”
업계, 엔지니어 육성 저해 등 우려
‘적정대가 지급’ 우선과제로 꼽아
설계 과정에서 기술사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기술사법 개정안’을 두고 엔지니어링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업계는 이 개정안이 기술사와 기술인 간 갈등 심화를 조장하고, 더 나아가 숙원 과제인 젊은 엔지니어 육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28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산업을 대변하는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와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술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공동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개정안이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각종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라는 회원사들의 건의를 반영한 조치다.
김영식 의원이 지난 17일 대표 발의한 기술사법 개정안은 일정규모 이상의 공공사업 설계는 기술사만 최종 서명날인할 수 있도록 하고, 기술사가 서명날인하지 않으면 벌칙을 부과하겠다는 게 골자다. 즉, 공공사업 설계에 기술사 권한을 강화해 안전사고 방지 등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업계는 기술사가 최종 서명날인을 한다고 해서 현장안전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며, 이 개정안이 기술사ㆍ기술인 간 갈등 심화와 젊은 엔지니어 육성 저해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A엔지니어링사 대표는 “현재는 기술인이 설계를 수행하고 있지만,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안전 강화는 기술사 권한 강화가 아닌 적정대가 지급과 철저한 사업관리 등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B엔지니어링사 임원은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서 기술인이 설계 대부분을 수행하는 구조가 바뀌진 않을 것이다. 결국 최종 날인만 기술사가 할텐데, 이때 ‘일하는 사람 따로, 도장찍는 사람 따로’라는 또 다른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가 궁극적으로 걱정하는 부분은 기술사의 독점적 권한 강화로 인한 젊은 엔지니어 육성 저해다.
엔지니어링협회는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국가기술자격제도와 글로벌 기준과의 비교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실력을 갖춘 기술자 양성을 위해 도입된 기술자격제(기술사)가 오히려 각종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로 변질되고 있다”며 “특히 기술인 역량이 중요한 엔지니어링산업에서는 젊은 엔지니어 유입과 양성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기술사 자격을 가진 이들만 사실상 엔지니어로 인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불편한 시각에 젊은 엔지니어들이 기술사 자격 취득에 상당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고, 취득하지 못한 이들은 산업을 꺼리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고비용의 기술사를 반드시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중소 엔지니어링사들의 경영여건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사법 개정안은 벌써 18ㆍ19ㆍ20대 국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결국 다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이는 해당 국회가 각종 부작용을 간단한 문제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술사들은 한국기술사회를 중심으로 이 개정안 처리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개정안 찬성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30일까지다.
최남영기자 hi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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