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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ㆍ인력 모두 미흡” 갈 길 먼 건설ENG 디지털화
기사입력 2022-01-24 13:56:57   폰트크기 변경      

“효용 대비 높은 비용, 부족한 전문 인력” 한목소리
발주처별 BIM 설계 성과품 논의 시급…포스트 BIM 준비해야


왼쪽부터 김정환 서울기술연구원 박사, 남우성 도화엔지니어링 전무, 심창수 중앙대학교 교수, 문현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임성순 유신 이사가 ‘건설산업 디지털화에 따른 건설엔지니어링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대한경제=백경민 기자] “예전에는 엔지니어링사 신입사원들에게 샤프와 자, 빗자루를 제공했다. 도면을 그리고 쓸어내면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빌딩정보모델링(BIM) 정착을 위해 이제는 시스템을 제공해야 하는데, 유지 관리비 등 매년 380만원이 든다. 신입사원 연봉의 10% 수준이다. 인프라 구축에 대한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라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의 디지털화가 한축으로 떠오른 가운데,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일방적인 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와 한국BIM학회가 최근 공동으로 개최한 ‘건설산업 디지털화에 따른 건설엔지니어링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남우성 도화엔지니어링 전무는 이같이 말했다. 최저가 수주 관행 등이 해소되지 못하면, 디지털화에 따른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남 전무는 “발주처 역시 컴퓨터에 BIM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야 설계 검토가 가능하다”며 “관련 인프라는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발주처, 시공사, 하도급사, 재하도급사 등 모두 구축돼야 최종 목적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토론회에 앞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도 전면 BIM 도입 시 업계 가장 큰 어려움은 관련 설계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문현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기존 2D체계는 BIM을 적용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며 “신입사원을 뽑을 때부터 2~3년간 BIM 체계에서 출발해 기업에 내재화하는 식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신규 인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마당에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전문 인력을 새로 양성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관련 교육 역시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게 업계 대체적인 견해다. 이는 결국 업계 디지털화를 더디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임성순 유신 이사는 “당장에 BIM 툴을 사용해 설계 성과물을 내야 하는 상황에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며 “저변화돼서 확대되면 누구나 배우겠지만, 현재는 설계 경력 10년 이상을 우선적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주처별 BIM 설계 성과품에 대한 논의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는 한국도로공사 외 이렇다 할 표준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설계단계 BIM 역량평가 방안을 수립하고 안전설계 메뉴얼을 제정한 바 있다. 올해부터는 100% 전면 BIM 설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의석 동일기술공사 상무는 “발주처별 가이드라인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라며 “한국도로공사의 가이드라인이 준용되거나 연계돼 활용될 수는 있겠지만, 시설에 따른 명확한 성과품이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포스트 BIM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설계 과정의 모든 데이터를 발주처가 소유하고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용 권한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심창수 중앙대학교 교수는 “데이터 최초 생산 주체인 건설엔지니어링에 대한 역할 증대와 이에 대한 대가를 사업비 구성 차원에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데이터 사용 권한을 건설엔지니어링 기업에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경민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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