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ㆍ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의 대형 철도건설공사가 설계심의위원을 구하지 못해 착공을 위한 절차를 연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구산업선 철도건설 1ㆍ2공구 건설공사가 토목시공 및 건축ㆍ기계분야 심의위원 수를 채우지 못해 예정된 설계심의일정을 순연한 것이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부족을 이유로 입찰을 외면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심의위원들이 심의에 나서지 않아 일정이 순연되는 경우는 처음 본 일이다.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은 이번 심의를 내부위원과 중앙건설심의위원회(중심위) 위원으로 꾸릴 계획이었다.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중심위 위원은 현재 총 361명이다. 이 중 토목시공분야가 48명, 건축ㆍ기계분야가 14명이다. 국가철도공단은 분야별로 3배수를 추천받아 각 1명을 선정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토목시공과 건축ㆍ기계분야에서 국토부가 추천한 위원이 토목시공 1명에 그쳤다. 심의위원이 5명이나 부족했던 것이다.
중심위 위원들이 이번 심의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다. 우연히 위원들 대다수의 일정이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심의에 응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기술형 공사에서는 심의를 하겠다는 위원들이 넘쳐났던 것을 감안하면 이유가 다른 데 있을 수도 있다. 대구산업선 공사는 기본계획에 구멍이 많아 공사비 책정이 제대로 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사전심사(PQ)를 통과한 건설사들이 본입찰을 포기할까 고민해 왔던 공사다. 당연히 건설사들은 수주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심의위원들이 설계심의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기술형 입찰에서 일부 심의위원들의 부도덕성은 확인되지 않았을 뿐 이미 도를 넘어섰다. 국토부와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은 대구산업선에서 왜 외부 심의위원 부족현상이 벌어졌는지 세세히 따져봐야 한다. 국토부와 발주처들도 알고는 있지만 그냥 넘겨왔던 설계심의위원들의 본심을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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