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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특정공법 심의, 저가 입찰 부추겨”
기사입력 2023-06-12 05:40:17   폰트크기 변경      
건설신기술 활성화 정책토론회

정량평가로 업체 걸러내는 방식
김민기 의원 “정부입장 보수적”
행안부 “지자체 재량권 훼손 우려”


9일 국회에서 개최된 '건설신기술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 : 박병탁 기자



[대한경제=박병탁 기자] “지방자치단체의 특정공법 심의가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현행 방식은 개선돼야 합니다.”

지난 9일 김민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경기 용인시을)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건설신기술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 박환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신기술의 우수한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특정공법 심의가 기술력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기술 활용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저가 입찰을 제어하지 못하는 법ㆍ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계약법상 ‘신기술ㆍ특허공법선정기준’에 따라, 특정공법 심의 시 정량ㆍ정성평가를 진행한다. 공사비와 경영상태를 보는 정량평가(20점)에서 5개 업체를 선정한 후 시공성과 안전성ㆍ유지관리ㆍ경관성 등을 보는 정성평가(80점) 점수를 합산해 최종 공법을 선정한다. 가격이 좌우하는 정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성평가조차 받을 수 없다보니 저가 출혈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다.

반면, 국토부 지침에 따른 특정공법 심의는 저가 출혈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특정공법 선정은 건설신기술ㆍ특허플랫폼에 등재된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최적의 상위 공법 6개(건설신기술 2건 이상)를 자동 선정하고, 이후 기술자문위에서 기술(80%)과 가격(20%)에 따라 최적공법을 선정한다. 공사비 제안금액의 평균가격 70% 미만은 평가대상에서 빼고, 균형가격 초과금액에 따라 감점한다. 건설신기술의 경우 가점(3점)도 추가할 수 있어 인센티브가 확실하다.

박 연구위원은 “지자체의 심의 선정이 가격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신기술보다는 특허가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는 특정공법 심의 후보 선정 시 가격 대신 시공실적이나 재정상태 등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저가 입찰을 방지하기 위해 평균가의 일정 이하는 배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지자체 특정공법 심의가 가격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맹주한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 이사는 “지자체 특정공법 심의 시 업체들이 낸 평균금액의 90% 미만일 경우 만점으로 평가한다”며 “저가로 투찰하는 업체는 평균가를 끌어내리게 돼 전형적인 가격 위주의 입찰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정 신이앤씨 전무도 “저가 경쟁을 유도하는 행안부 예규를 최저ㆍ최고가를 제외한 평균가를 설정하고, 평균가를 벗어나면 감점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유사 신기술이 많을 경우 건설신기술 심의대상 추가(현행 2개) △신기술 심의 면제 공사비 상향(현행 1억원→3억원) 등의 제도개선안도 제기됐다.


박종면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장은 “기술업계에선 특정공법 심의과정에서 가격을 너무 저가로 내거나 고가로 내는 업체는 제외하고 중간 가격을 제시한 업체들이 적정한 가격으로 공사할 수 있도록 평가해 달라는 것”이라며 “법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업계의 제도개선 주문과 달리 주무부처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김수경 행정안전부 회계제도과장은 “공법 선정 과정에서 세부평가 기준은 각 지자체에서 마련하도록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가격 제한 등) 신기술을 우대할 수 있는 공통된 평가기준이 마련되면 지자체의 재량권이 축소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은 “정부 부처가 제도개선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고, 신기술 활용에 대한 동인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토부와 행안부가 전향적인 제도개선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공석인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자리가 채워지면 공동으로 토론회를 재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병탁 기자 p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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