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입찰 자체는 문제 없어
김상열 이사장 미고발키로
공소시효 지났다고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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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 매매계약의 매수자 지위 양도 행위 거래구조./자료:공정거래위원회 |
[대한경제=권해석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른바 ‘벌떼입찰’로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공공택지 다수 확보해 총수 아들 회사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한 호반건설에 6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동일인(총수)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등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608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2013년 말부터 2015년까지 복수의 회사를 공공택지 추첨 입찰에 참여시켜 낙찰받을 확률을 높이는 이른바 벌떼입찰로 다수의 공공택지를 확보했다.
이 중 화성 동탄과 김포 한강, 의정부 민락 등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 택지를 포함해 총 23개 공공택지를 호반건설산업과 호반산업 등 9개사에 공급가격에 양도했다.
호반건설산업은 호반건설 총수인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이 소유한 회사며, 호반산업은 김 이사장의 차남 회사다.
이들 23개 공공택지에서는 5조8575억원의 분양매출과 1조3587억원의 분양이익이 발생했는데, 이들 경제적 이익은 김 이사장의 아들 회사 몫이 됐다.
특히 호반건설은 벌떼 입찰에 동원한 19개사의 입찰신청금까지 대신 내 주면서 아무런 이자도 받지 않았다.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회사는 택지 공급가격의 5% 수준에서 책정되는 입찰신청금을 내야 하며, 당첨되지 않으면 되돌려 받는다.
호반건설이 무상으로 대여해 준 입찰 신청금은 1조5753억원에 달한다.
또 호반건설은 공공택지를 넘겨받은 총수 2세 회사 등이 진행한 40건 사업의 시공에 일부 참여하면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2조6393억원에 대한 지급보증도 무상으로 제공했다. 호반건설이 총수 2세 회사에 공공택지는 물론 사업자금까지 조달할 수 있게 지원한 것이다.
호반건설의 이런 부당 지원은 경영권 승계의 밑거름이 됐다.
2014년 1559억원이던 호반건설주택의 분양매출(연결기준)은 2017년에는 2조5700억원으로 껑충 뛴다. 호반산업도 같은 기간 분양매출이 7578억원에서 1조1540억원으로 급성장한다.
호반건설주택은 지원 기간에 호반건설 규모를 넘어서게 됐고, 2018년 1대5.89의 비율로 호반건설에 합병된다. 이 과정에서 장남인 김 사장이 호반건설 지분 54.73%를 확보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완료됐다.
공정위는 벌떼입찰로 확보한 공공택지의 계열사 간 전매는 부당 내부거래라고 판단했다. 다만, 벌떼입찰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지는 않았고, 김상열 이사장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부당내부거래에 관여한 총수는 고발 대상이 되고 이번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심사관도 고발 의견을 제시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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