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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창
[마음의 창] 여름을 보내며
군포에서 330번 버스에 올라 목적지인 제부도 입구를 향해 간다. 차가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정겨운 풍경들이 차창으로 밀려온다. 나는 들녘의 모습이 궁금할 때면 이 버스를 탄다. 아직 벼 포기들은 이삭이 패기 시작했지만 푸른빛을 지키고 있다. 하나 밭작물들의 모습은 ...
2019-08-23 07:00
[마음의 창] 나를 비우는 삶
택배 물건을 받고 나서 또다시 자책감에 휩싸였다. 며칠도 되지 않아 나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저버렸던 것이다. 의지가 나약한 것인지, 아니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마다 공격적으로 파고드는 광고의 위력 탓인지 몰라도 나는 비장했던 나와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속절없이 ...
2019-08-22 07:00
[마음의 창] 가깝고도 먼 양심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어.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면 그것을 계기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거야. 성의 없이 한두 마디 하고는 됐다고 하면 안돼”라고 말한다. 이 당연한 말이 아이들에게만 적용되고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다를까. 자기보 ...
2019-08-21 07:00
[마음의 창] 흔들어 깨운 까닭은
새벽이 오려면 두어 시간이 남았는데 잠에서 깨곤 한다. 서너 시경에 한번 깨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그래도 잠을 청해 보지만 헛수고일 뿐, 정신만 더 말짱해진다. 그런 횟수가 차츰 늘어간다. 이즘 미련과 회한이 자꾸 밀려온다. 이젠 그동안 뉘우침은 지우고 아쉬움은 ...
2019-08-19 06:00
[마음의 창] 꽃 중의 꽃, 호박꽃
비가 내린 다음날 보니 아파트 화단에 호박꽃 서너 송이가 피어 있었다. 화단 옆 작은 공간에서 호박이 덩굴을 만들어가는 것도, 꽃이 피어난 것도 신기했다. 주위에 다른 꽃들이 있었지만 내게는 호박꽃이 가장 예뻐 보였다. 호박꽃이 그렇게 예뻐 보이긴 처음이었다. 꽃잎이 ...
2019-08-16 07:00
[마음의 창] 늙음의 템포
약국에서 파스를 사서 나오는 길에 엄마 전화를 받았다. 약국엔 무슨 일이냐 묻는 엄마한테 요즘 별스럽게 어깨가 뻐근하다고 어리광 같은 푸념을 쏟았다. 엄마는 걱정어린 목소리로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거기까지만 해야 했다. 치과는 한 달째 다니고 있고, 눈이 침침해 ...
2019-08-14 06:00
[마음의 창] 제철 그림
자동차에 노란 점묘화가 그려졌습니다. 불규칙한 점과 무늬로 이루어져 지저분해 보이지만 붓도 없는 벌과 새들이 만들어낸 그림입니다. 꽃이 있는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제철 그림입니다. 주말을 보내는 집에서 양봉 농장이 500미터 거리에 있습니다. 이곳 벌들이 주요 화가입 ...
2019-08-12 06:00
[마음의 창] 그때 내가 여기 이렇게
긴 줄 끝에서 아내 뒤를 이어 마지막으로 버스에 오른다. 서 있기도 힘들 만큼 승객으로 꽉 찬다. 휴일 오후에 남한산성 주차장에서 산성역으로 가는 버스는 언제나 등산객들로 만원이다. 차가 구불구불 산허리를 돌아갈 때면, 서 있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쏠려서 빽빽하게 들어찬 ...
2019-08-09 07:00
[마음의 창] 뉴욕에서의 추억
젊은 날 운 좋게 직장에서 해외연수를 갈 기회가 주어졌다. 두 달 중 한 달은 뉴욕의 C대학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나머지 한 달은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때 C대학은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전 세계에서 영어를 배우려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
2019-08-07 07:00
[마음의 창] 잘 죽기
몇 년 전에는 ‘웰빙(well-being)’이란 단어가 유행했다. 웰빙은 한 마디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뜻한다. 또 한때는 ‘건강하고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을 의미하는 ‘웰에이징(well-aging)’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화두는 단연 ‘잘 죽기’ ...
2019-08-06 07:00
[마음의 창] 공격과 수비
요즘 발바닥과 다리에 통증이 생겨 치료를 위해 침을 맞으러 간다. 도착하는 순서에 따라 번호가 달린 방으로 들어간다. 보통은 누워서 치료를 하지만 이곳은 앉아서 침을 맞는데 대공원의 코끼리 열차처럼 서로 마주 보는 의자에 앉아 팔과 다리를 걷는다. 각자 아픈 곳은 달라 ...
2019-08-02 10:08
[마음의 창] 위기에 강한 나라, 대한민국
내가 힘들 때마다 외는 단어들이 있다. 새옹지마와 전화위복이 그것들인데, 이 단어들이 내포하는 의미는 고난이 끝이 아니라, 그 고난을 잘 견디면 더 좋은 기회가 온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화가 복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 얼마나 희망찬 말인가. 어떤 위로와 격려보다 더 ...
2019-08-02 07:00
[마음의 창] 당신은 오늘 무사하십니까?
그의 발목이 부러졌단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사람 다리가 어찌 그리 쉽게 부러질 수 있을까. 하지만 병원에 가서 그를 보고 나니 실감이 났다. 육중한 몸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그의 발목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접합수술도 끝나고 어느 정도 치료를 마쳐서인지 ...
2019-07-31 07:00
[마음의 창] 위로의 열매
무화과(無花果)를 ‘꽃이 없는 과실’이라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꽃이 필요한데, 어찌 꽃 없이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무화과 나무도 꽃이 있다. 열매 속에서 내밀하게 꽃을 피우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열매를 두 쪽으로 갈라 속을 ...
2019-07-30 06:00
[마음의 창] 쌀 한 가마니
시어머니 생신을 맞아 자식들과 손주들이 모두 모여 외식을 했다. 예약한 식당에 도착하자 커다란 철판에 각종 해산물이 가득 나왔다. 해산물을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먹는 것으로 식사는 끝났다. 먼저 식사를 마친 어머니가 주변을 살펴보시다 식당 벽에 붙은 메 ...
2019-07-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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