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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창
[마음의 창] 살모사와 꽃뱀
그것은 뱀이었다. 잿빛의 기다란 몸통이 물결치고 있었다. 가느다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몸을 반쯤 세우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나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뱀을 그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었고, 심지어 그게 내 집 마당이니 인증사진쯤은 남겨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
2020-04-28 06:00
[마음의 창] 청바지 입은 아주머니
청바지 하나쯤 없는 사람은 없을 게다. 즐겨 입진 않더라도 장롱 안에 고이 접어 아껴둔 추억어린 흔적 정도는 있을 것이다. 나도 청재질의 옷을 대여섯 점 가지고 있다. 어느 것은 아래통이 넓은 판탈롱이고, 어떤 것은 무릎께에 닿는 반바지이며, 옆구리에 꽃수가 놓인 딱 ...
2020-04-27 06:00
[마음의 창] 우편함 속 삶의 쉼표
퇴근할 때면 현관 입구 우편함에 자동으로 시선이 머문다. 늘 그렇듯이 우편함에는 무언가가 꽂혀 있다. 간혹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하는 것도 있지만, 광고나 전단이 대부분이다. 그런 우편물은 재활용품 통으로 바로 직행이다. 어제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우편물을 꺼내 들 ...
2020-04-24 06:00
[마음의 창] 만날 수 없을 때 더 만나고 싶은
만날 수 없을 때 더 만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란 참 요상하다. 모임에 잘 나오지 않던 친구나 거의 2년이 되도록 만난 적 없던 인척들까지도, 요즈음 새록새록 생각난다. 그들에게 전에는 자꾸 하지 않았던 전화를 걸어본다. 약간 쉰 목소리가 예전 같고, 쇠붙이 깨지는 ...
2020-04-23 06:00
[마음의 창] 8일만의 기적
휴일 오후, 아이를 업고 종합병원으로 달려갔다. 응급실 의사는 입가의 붉은 반점을 보고 알레르기라며 단순한 처방을 내리고 귀가조치를 했다. 이튿날 동네 소아과 의사는 아이의 증세가 희귀병 같다며 급하게 감염 전문의에게 연결을 해주었다. 수속을 밟고 입원했을 때는 아이 ...
2020-04-22 06:00
[마음의 창] 환승입니다
꽃들이 우루루루 무너지네요. 스스로 떠나가는지, 떠밀려 떨어지는지, 흩어져 날리고 있어요. 사람들 서넛이 흩날리는 꽃잎들을 손바닥으로 받거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 꽃잎들을 밟으며 천천히 지나가는군요. 제 몫을 다하고 지는 것들은 저렇게 화려하고 환상적이네요. 나는 마을버 ...
2020-04-21 06:00
[마음의 창] 누가 타이어를 넣어 두었을까
스무 살에 운전면허를 딴 나는 초보임에도 두려움이 없었다. 그 시절, 내ㆍ외관이 모두 낡은 차를 몰고 열심히 달리던 날이었다. 뒤에 오던 차가 옆 차선으로 오더니 나란히 주행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옆 차의 창문이 내려갔다. 영문을 몰랐던 나는 속도를 내어 그 차를 앞질 ...
2020-04-20 06:00
[마음의 창] 말의 품격
환영인 듯 꽃이 피었다. 온통 꽃들의 세상이다. 화무십일홍이라지만 그래도 그 눈부심이 부럽고 고맙기만 하다. 역병의 위기와 고립 속에서 그 꽃들이 있어 위로를 받는다. 이렇게나 세상이, 그 꽃들이, 아름다웠던가 새삼스럽다. 가만 있어도 그 향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식물 ...
2020-04-17 06:00
[마음의 창] 자전거, 봄빛 속으로 스며들다
꽃비가 내렸다. 바람에 나부끼는 꽃잎들이 찬연했다. 아, 봄이 이렇듯 아름다운 계절이었구나.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나는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다. 공원 근처에서 아이들 둘이 흩날리는 꽃이파리를 잡으려고 뛰어다녔다. 그런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엄마의 얼굴에 ...
2020-04-16 06:00
[마음이 창] 누수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한없이 심란한데 갑자기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누수가 생긴 것이다. 살던 아파트가 30년도 훨씬 지났으니 언젠가 이런 일이 닥칠 거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머리 위에서 물이 주룩주룩 새는 것은 실로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부랴부랴 대야 ...
2020-04-14 06:00
[마음의 창] 장을 가르며
햇살이 고운 날을 잡아 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아담한 장독 앞에 앉았다. 젊어서부터 해마다 이맘때면 같은 일을 한다. 큰 양푼에 건져 담는 것은 우려낸 메주다. 이른 봄, 길일을 잡아 약수를 떠다가 장을 담갔다. 약 오십여 일이 되면 간장이 가무스레 우러난다. 이때 된장 ...
2020-04-13 06:00
[마음의 창] 일상의 소중함을 배울 때다
세상은 어수선해도 나무는 움이 터 싹으로 돌아오고 꽃은 어김없이 피고 있다. 하나 꽃길은 텅 비어 있으며 거리와 상가, 학교와 운동장, 시장과 백화점은 한산하기만 하다. 온 세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공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상이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지금 경험해보 ...
2020-04-10 06:00
[마음의 창] 그것은 꽃 때문이었다
아파트 화단에 진달래가 흐드러졌다. 꽃봉오리가 쫑쫑 올라오던 게 며칠 전이었는데 금세 만개했다. 매일 오가는 길이라 저절로 꽃에 눈길이 향한다. 봄꽃은 유난히 색이 갓맑다. 혹독한 계절을 견디고 피어났기 때문인가. 무채색이던 세상을 단숨에 유채색으로 만들어버리는 봄꽃의 ...
2020-04-09 06:00
[마음의 창] 어느 세대의 수다
85세 할머니가 노상에 퍼질러 앉아 쑥을 다듬고 있었다. 심심하던 차에 나를 만난 것이 반갑다는 듯 내 바짓가랑이를 붙든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 옆에 퍼질러 앉는다. 할머니는 거칠고 주름진 손으로 쑥을 고르고 입으로는 단순 작업의 무료함을 고른다. 할머니의 수다는 ...
2020-04-08 06:00
[마음의 창] 비가 그치면
비가 오네요. 연 이틀 추적거리는 비는 덜 핀 꽃들을 재촉하려는 건지, 다 핀 꽃들을 그만 데려가려는 건지, 그칠 줄을 모르는군요. 흐릿한 풍경 속으로 제 색깔을 맡기고 처연하게 흔들리는 꽃나무, 저 꽃송이들 사이 불룩하게 솟은 것, 저것은 무엇일까요. 나무가 키운 혹 ...
2020-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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