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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일상의 소중함을 배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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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10 06:00:20   폰트크기 변경      

 세상은 어수선해도 나무는 움이 터 싹으로 돌아오고 꽃은 어김없이 피고 있다. 하나 꽃길은 텅 비어 있으며 거리와 상가, 학교와 운동장, 시장과 백화점은 한산하기만 하다. 온 세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공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상이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지금 경험해보지 못한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만나야 할 사람이 두려워 만나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이 되고 말았다. 서로 경계를 해야 하고 심지어 가족까지도 격리되어야 하는 현실이다. 가슴을 끌어안는 포옹조차, 악수하고 밥을 먹고 소소한 정을 나누는 일조차 사라졌다.

 이웃과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물 위를 걷는 게 기적이 아니라 일상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날들이 기적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마스크를 쓰고 입을 다문 뒤에야 우린 얼마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고 살았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자가 격리와 칩거 상태에서 무력함을 깨닫고 나약함과 한계를 알게 되었다. 그러는 중에 침묵하게 되고, 침묵을 통해 말을 여물게 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미미한 미생물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들을 우리는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재난과 시련, 두려움과 공포 앞에서 이제껏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앞으로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마스크 몇 장 사려고 줄을 서 기다리며 이웃이 꽃이었다는 것을, 소소한 일상이 값진 보물이었음을 알아야 하고, 인간 본연의 나약함을 자각해야 할 때다.

 재난 앞에서 피할 궁리만 할 게 아니라 진지한 성찰과 성숙이 필요한 때다. 어떤 종교 지도자는 신이 진노한 결과라고 하고 대재앙의 예고편이라고도 한다. 하나 그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율법주의적인 사고일 뿐이다. 신은 분노하기보다는 사랑으로 기다리는 존재이다. 신은 인간이 이겨내지 못할 시련은 주지 않으며, 재난을 이겨낼 길도 마련해 준다지 않은가. 평소 잊고 살았던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으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일이다. 지금은 성찰을 통해 성숙함을 이루어야 할 때다.

정태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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