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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만날 수 없을 때 더 만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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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23 06:00:25   폰트크기 변경      

 만날 수 없을 때 더 만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란 참 요상하다. 모임에 잘 나오지 않던 친구나 거의 2년이 되도록 만난 적 없던 인척들까지도, 요즈음 새록새록 생각난다. 그들에게 전에는 자꾸 하지 않았던 전화를 걸어본다. 약간 쉰 목소리가 예전 같고, 쇠붙이 깨지는 소리처럼 쩌렁쩌렁한 음성도 변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여전해서 마음이 놓인다.

 코로나19로 집에 들어박혀 있은지 달포를 지났다. 그들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어도 전에는 지금처럼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랬던 것 같다. 자주 만나지 않을 때도 여전히 그들은 내 마음속에서 건재해 있었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만나지 못하다 보니 그들이 더 멀리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거리두기’라는 말 앞에 ‘사회적’이라는 말을 딱 붙여놓으니, 정말 사회적으로 외톨박이가 된 기분이다. 친구들도 같은 생각일 텐데, 오는 전화는 별로 많지 않다. 그래도 이럴 때 전화라는 것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한강변을 산책한다. 전화기를 귀에 대고 걷는데, 친구도 집 밖으로 나온 게 분명하다. 그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만 찾아 걸었더니 먼지도 없고 공기가 좋아 꽤 괜찮단다. 듣고 보니 공기가 훨씬 시원해졌다. 길가 나무 그늘 밑에 한 가족인지 무리지어 앉아 있다. 무슨 사나운 동물을 피해가듯 슬슬 피하는 내 모습이 어디 개그 프로에나 나올 법하다.

 요즈음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머지않아 코로나도 사라질 것이다. 정작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어지면 봇물 터지듯 모임이 잦아질지 모르지만, 든든하게 마음속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을 터이다. 갇힌 듯 집에 있으니 친구, 인척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알겠다. 언제든지 원하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친구라 여긴 나머지, 그들 만나기를 함부로 미룰 일은 아니다.

최종(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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