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스타트업 스토리] “거품이 빠지는 시기, 기업의 본질 가치 주목할 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2-11-10 11:31:29   폰트크기 변경      

지역 특화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 곽성욱 대표 인터뷰
벤처투자 자금줄 마르는 중...시리즈B‧C 단계 부담감↑
옥석가리기 진행...투자 의존 않고, 자생 가능하면 성장동력 커
장기 방향성은 글로벌화...전 세계 비즈니스 확장 필요


[e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불과 1년 전만 해도 벤처투자 업계는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시중에 유동성은 넘쳐났고,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창업 성공 경험이나 트렌디한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한 팀은 투자사를 골라서 투자받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 기술,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는 후속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value)를 수십 배씩 높여갔고, 매출‧영업이익을 따지는 사람은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11월 현재, 영원히 넘칠 것 같았던 유동성이 마르고 있다. 미국은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고, 전 세계는 빠른 속도로 긴축 장세에 들어섰다. 벤처투자를 위한 펀드 조성도 지지부진하다. 이제 투자자들은 장밋빛 전망 대신 숫자를 본다. 매출과 영업이익, 그리고 기업의 자생력을 평가하며 투자 결정을 한다.


시리즈벤처스 곽성욱 대표. 시리즈벤처스는 부산 울산 경남 소재 부품 장비 업체에 투자하고, 육성까지 도맡는 액셀러레이터(AC)다. 지역 특화 AC로서 현재까지 29개사에 투자했다. 곽 대표는 "(고금리가 만들어 낸 현재 긴축 장세가) 좋은 기업을 적정한 밸류에 살 기회다"라고 말했다. 


◆ 매출과 영업이익, 자생력이 중요한 시대
지난해 초 곽성욱 시리즈벤처스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소부장 기업은 벤처투자 업계에서 인기 있는 투자처가 아니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매년 감가상각이 들어가는 중후 장비가 필요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고객 수를 기반으로 빠르게 사업 확장이 가능한 플랫폼 기업과는 기업가치 차이 가 크게 나기도 했다.

시리즈벤처스는 그 어려운 제조업 투자를 밀어붙여 왔다. 5~6년 전, 지역 특화 소부장 기업 투자를 내세웠을 때 모두가 뜯어말렸다. 벤처펀드가 넘쳐나던 1~2년 전만 해도 시리즈벤처스의 투자 방향성에 대해 고개를 갸웃했다. 플랫폼 기업이라는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왜 제조업체에 집착하느냐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1년 만에 달라졌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업의 자생력은 이제 모두가 중요하게 평가하는 투자 지표가 됐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직후 강남 팁스타운에서 만난 곽성욱 대표는 “1년 전만 해도 어떤 팀에서 서비스를 하나 만들면 100억원 밸류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수익에 대한 평가 지표가 중요해졌고, 기업들도 자생의 목표를 가진다”며 “스타트업은 계속 성장도 해야 하지만, 매출과 이익을 만드는 것이 기업으로서 기본이다. (이번 긴축 장세가) 자생력을 기반으로 한 건전한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 투자사, 연말 투자 클로징...내년까진 힘들다
체질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플랫폼 서비스를 기반으로 몸집을 키우고, 후속 투자를 받아 밸류를 높이던 방향성이 최근까지의 성공 공식이었다. 수년째 계속되는 적자 경영도 “계획된 적자”라는 수식어와 함께 리스크로 평가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금줄이 마른 지금, ‘계획된 적자’는 통하지 않는다.

소부장 업체는 매출을 기본으로 평가를 받는다. 안정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이 제조업체를 평가하는데 주요 지표이기 때문에 수익성과 자생력을 체내화하고 있다. 또한, 대형 설비를 갖추고 사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부동산 자산을 소유한 업체도 많다. 이 모든 조건은 1년 전만 해도 감가상각 요인이었지만, 이제는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헷지(위험분산) 수단이 됐다.

곽 대표는 “시리즈B‧C까지 투자를 받은 기업의 경우 현재 꽤 많은 부담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밸류가 고평가 돼 있는 상황에서) 내년까지 이어질 불확실성 때문에 몇몇 투자사는 이미 투자를 클로징하고, 내년 3월까지 추가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며 “투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성장하는 모델이 나쁜 전략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투자 자체가 얼어붙었다. 다음 투자 라운드로 가려면 밸류를 낮춰야 하는 상황도 나온다. 지금은 성장모델을 지속하려면 수익을 낼 비즈니스 모델을 붙여야 한다. 수익모델이 있어야 투자도 받고, M&A도 생각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으로서, 창업가로서 본질적 가치를 다시 고민해야 봐야 하는 시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신규 투자처를 발굴하는데 매출 베이스로 자생할 수 있는 팀에 집중하려고 한다. 대외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1~2년 정도 이야기 되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 매출이 바로 안 나오더라도 자금 조달 계획이 있거나 CB를 발행할 수 있는 팀을 보고 있다”며 “이제는 남의 돈으로 성장하는 모델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본질에 집중해야 할 때다. 비즈니스는 자아실현의 목적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매출과 자생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사가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 지역, 소부장 특화 AC...“글로벌로 간다”


시리즈벤처스의 운용자산(AUM)은 현재 230억원 규모다. 초기 스타트업을 주로 발굴하면서 투자기업은 29개사로 늘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팀은 2곳이고, 초기 투자 가치 대비 50배가 넘은 회사도 나왔다. 지역 특화 액셀러레이터(AC)인 만큼 각 지방자치단체와 혁신창업펀드를 조성해 투자 영역을 넓히고, 최근에는 팁스 운영사로도 선정됐다. 지역을 기반으로 착실하게 펀드를 만들고, 특화 투자 영역을 구축해 온 결과, 이번 유동성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됐다.

곽 대표는 “공공 분야의 벤처투자 예산이 크게 줄었고, 민간 출자의 경우도 모회사가 유동성 리스크를 겪다 보니 자금을 틀어막는 경우가 많다”며 “시리스벤처스는 이미 소부장 펀드를 조성해 뒀고, 지자체에서도 스타트업 육성 차원의 정책적 출자를 계속한다. 펀드레이징 측면에서도 다른 팀보다는 사정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고밸류의 팀이 상대적으로 할인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가 오히려 기회다. 펀드를 소진해야 하는 입장이라 이전부터 관심에 두고 있던 팀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두 개의 신규 펀드를 더 조성할 계획이다. 소부장 중심의 투자처를 발굴하면서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팀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다. 코로나19 팬데믹도 끝나가는 만큼 그동안 국내에 한정됐던 사업을 전 세계로 펼쳐 나갈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이다.

그는 “동남아시아만 해도 기본적인 산업은 제조업이 베이스다. 해외 투자사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고 있는데, 현재 자금이 어디로 들어갈지 고민을 많이 하는 분위기다. 전 세계 벤처투자 메가 트렌드는 글로벌이다”며 “국내 플랫폼 업체도 대부분 내수 시장에 집중했지만, 국내 투자금에만 한정되면 한계가 분명하다. 글로벌 파트를 확장하고, 글로벌 투자사 수요에 맞춰 해외 진출까지 계획해야 한다. 시리즈벤처스도 내년부터 비즈니스 확장 모델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신보훈기자 bbang@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e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e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