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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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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21 09:00:56   폰트크기 변경      

생각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해 매우 아쉬웠던 훌륭한 SF영화 ‘알리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주인공인 알리타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휴고에게 내가 완전한 인간이 아닌 것이 불편하냐고 걱정스레 묻는 모습이다. 그때 휴고는 너는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인간적이라고 대답한다. 뇌를 제외하고선 신체 모든 부분이 사이보그 기계인간인데도 휴고는 전혀 개의치 않았던 것이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점점 사랑에 빠져들고 그때까지 공중의 낙원도시 자렘에 갈 경비를 모으면서 각종 나쁜 짓을 서슴지 않던 휴고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악행을 멈추게 된다.

반면 알리타는 휴고의 꿈이 자렘에 가는 것인데 얼마간의 경비가 모자라서 포기한다는 말을 듣고서 서슴없이 자신의 심장을 꺼내 휴고에게 건넨다. 초고성능 기계로 이루어진 그 심장은 아주 고가에 팔릴 수 있으므로 이를 팔아 경비에 쓰라고 하는 것이다. 얼핏 매우 과격하고 불편할 수도 있는 이런 제안 속에 휴고에 대한 알리타의 깊은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휴고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알리타가 질문했던 완전한 인간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신체적인 조건이나 외모가 아니고 천재적인 두뇌 같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비록 사람이 아닌 기계의 몸을 가진 알리타였지만 휴고는 자기가 본 가장 인간적인 존재라 했다. 그것은 그만큼 알리타와 마음이 통하고 깊은 교감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즉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알리타가 휴고의 꿈을 위해 자신의 심장까지 내놓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처럼 공감과 교감은 우리의 인간됨을 증명할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요소인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쉽게 이를 찾아볼 수 없다. 어찌된 셈인지 지금 우리는 너, 나 없이 모두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타인을 판단하기에 바쁘다. 특히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보면 거의 절망적이기조차 하다. 저마다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편을 절대 악으로 몰아붙인다. 유감스럽게도 이를 시정하고 순화시켜야 할 언론이나, 사회지도층, 심지어 종교계조차도 오히려 이에 편승하고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하루속히 옛 성현이 추구했던 역지사지, 즉 공감의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다시 살아나길 빌어본다. 황경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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