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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효과에 힘입어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이미지는 역대 어느 시대보다 높은 가운데 있다. 그러나 최근 알려진 가수 정준영과 승리의 위법 행위는 그 같은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대중문화계는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SNS 대화방에서 나눈 몰카 장면과 대화 등 이제까지 드러난 내용이 전부인가, 소수 몇 명의 일탈된 연예인들에 국한된 것으로만 볼 수 있는가 등 의문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고수와 확보를 놓고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는 것도 사건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들 연예인들이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클럽 버닝썬과 아레나 같은 강남의 유흥업소와 경찰, 국세청의 유착의혹도 제기돼 의문의 여지가 전혀 없는 수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은 검⦁경 모두가 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명 연예인들일수록 범죄나 스캔들로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면 대중들의 외면은 물론 손가락질, 이른바 걷잡을 수 없는 지탄(指彈)의 대상이 되곤 한다. 믿고 좋아했던 스타들에 대한 배신감의 역작용이 큰 탓이다. 인간적 측면에서 보면 그 같은 분석은 당연시 된다. 그러나 일부 대중연예인들의 일탈행위는 그들에게 열광한 대중에 대한 배신을 넘어 그들에게 그런 재주를 준 ‘존재’에 대한 배임 행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TV 방송 드라마 출연자들을 주로 일컫다 요즘에는 가수, 코미디언, 사회자, 단골출연자 등 연기자를 총칭하는 탤런트라는 말의 의미를 음미해 보면 배임 행위임이 뚜렷해진다.
국내에서 탤런트라는 외국어가 외래어로 정착된 것은 1961년 KBS TV가 개국하면서 텔레비전 배우 26명을 공모할 때 ‘탤런트’라는 명칭을 쓰면서 부터라는 게 통설이다. 같은 무렵 일본에서 ‘탈렌토’로 불렸던 것을 모방한 것이다. 이전에는 가수나 배우가 있을 뿐이었다. 어원학자들은 재능을 뜻하는 영어 탤런트의 본래 의미는 질량의 단위로 고대 그리스어 탈란톤(talanton)이 그 뿌리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용기로 주입구 좌우에 손잡이가 있는 항아리를 암포라(amphora)라고 하는데 항아리 하나를 채우는데 필요한 액체의 양이 1 탈란톤이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지금으로 보면 20~40리터 또 킬로그램 정도였다. 이후 질량의 단위였던 탈란톤은 화폐의 단위로 쓰이게 됐고 1 탈란톤은 노동자 1년 월급에 해당하는 6000드라크마의 은화와 같은 가치였다. 당시 재능과 능력이 있어야 벌어들이는 큰돈이었다. 재능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탈란톤을 벌 수 있었으므로 현재 쓰이는 탤런트는 재능 또는 재능 있는 사람을 뜻하게 된 것이다.
우리말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마태복음 25:14~30)중 달란트는 탤런트와 같은 말로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을 잘 활용하지 않으면 신의 노여움을 산다는 교훈의 대표적 사례로 인용된다. 멀리 떠나는 주인이 종 셋을 불러 각각 5, 2, 1 달란트를 주며 관리 책임을 맡겼는데, 5 달란트와 2달란트를 받은 종은 열심히 운용해 각 각 두 배의 수익을 남겨 돌아온 주인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1달란트를 받은 종은 땅 속에 묻었다가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자 주인은 그를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 부르며 내쫓아 어둔 밤 들판에서 이를 갈며 슬피 울게 했다는 내용이다.
3명의 종이 각각 달란트를 다르게 받듯이 누구나 인간은 각각 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달란트의 비유가 보여주는 것처럼, 그 재능을 국가나 사회, 인류를 위해 잘 운영해 주어진 재능보다 더 크게 키울 의무가 있다. 1 달란트를 땅 속에 묻어 그대로 반납했을 때 주인은 그를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평가했다. 하물며 5달란트를 받은 종이 방탕한 생활로 모든 것을 탕진한 채 죄까지 지으며 빈손으로 주인에게 왔다면 주인은 그 종에 대해 뭐라고 말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연예인을 탤런트라고 부르는 것은 그 만큼 타고난 재주가 많다는 뜻이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갖는 인상을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은 물론 연기능력, 말하는 능력, 노래 잘 부르는 능력은 어느 정도 노력으로 가능하나 노력만으로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재능들이다. 주인으로부터 5달란트라는 많은 돈을 받은 종과 다를 바 없다. 그 같은 탤런트를 받은 스타 연예인들이 그 탤런트 즉 재능을 몰카 범죄에 사용하고 그 화면을 공유하며 즐겼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재능을 준 '존재'에 대한 배임임이 분명해 진다. 계속되는 연예인들의 일탈행위는 유명인이어서 두드러져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잊혀질만하면 단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노라면 연예계 일부에 구조적으로 도덕 불감증이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요즘은 연예인들이 대부분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활동에 대한 관리를 받고 있다. 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관리해서는 안 된다. 재능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계속 심어주고 황금만능주의와 쾌락에의 유혹,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탈 연예인이 한순간에 몰락하는 것처럼, 어렵게 쌓아 올린 한류탑도 이런 일탈이 계속되면 바벨탑 무너지듯 한 순간이면 무너진다.
임연철 서초문화예술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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