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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항만과 도시의 상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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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23 07:00:08   폰트크기 변경      
   

항만은 Harbor 또는 Port로 표현하는데 전자는 선박의 피난을 위해 지형적으로 형성된 만(灣)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후자는 선박 접안, 화물 하역, 승객 수송을 위해서 만들어진 인공시설을 의미한다. 즉 전자는 지형적 측면이고 후자는 기능적 측면을 의미한다.

  또한, 항만이 입지하고 있는 도시는 인구가 집중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의 중심이 되는 장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항만도시는 항만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항만 기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교역 중심 도시와, 항만과 도시가 경제적·공간적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형성된 도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항만과 도시와의 관계 속에서 항만개발과 관련하여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다양한 모델과 이론이 만들어졌다. 항만과 도시가 시대적 변화와 함께 항만의 공간적 위치와 역할이 변화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이론이 Bird의 Anyport Model 이다. Bird는 영국 항만의 변화 연구를 통해서 항만과 항만시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음과 같은 3단계로 변화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설립(Setting) 단계로서 항만은 지형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진 육지와 강에 인접한 곳에 위치하게 되며, 어업ㆍ조선업으로 산업혁명 발생 전까지 상당히 정적으로 유지되었다. 또한 항만 주변에서 주로 도매와 창고업이 집중되었으며 화물터미널 시설은 그러한 수요에 적합한 것으로 고려되었다.

  두 번째, 확장(Expansion) 단계로서 18세기 중반에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해상교역 수요가 증가한 시기였다. 그 결과 많은 화물과 승객을 수송하는 대형 선박을 수용하기 위해서 항만의 각종 인프라시설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철도 연계성이 확장되면서 내륙 도시로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항만 가깝게 위치한 제조업 및 생산업의 요구 증대로 더 많은 토지가 필요하게 되어, 점점 더 하류로 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세 번째는 특화(Specialization) 단계로서 광석과 곡물, 석유 연료와 같은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하기 위한 잔교(Pier)와 둑(Jetty)의 건설이 증가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선박의 대형화로 인해 항만은 점점 더 깊은 바다로 이전하게 되었다. 그 결과 기존의 항만은 대부분이 새롭게 개발되거나 타 용도로 변화되었고, 그러지 못한 항만들은 쇠퇴하거나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버드(Bird)로부터 시작된 항만 발전 및 진화 이론의 의미를 되짚어 보면 시대적인 수요와 환경변화와 함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항만의 역할은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지금까지 항만과 도시는 개발 과정에서 별개의 차원에서 다룬 결과 항만과 도시의 통합적인 개발은 미흡했다. 그 결과 상생 및 협력해야 할 항만과 도시 간에 경쟁 또는 상충관계가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 접근성이 차단되고, 항만도시 고유의 역사와 문화 및 공간적 맥락을 상실하게 되었다. 항만과 도시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생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항만과 도시의 공간변화 및 상호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그 과정에서 계승 발전되어야 할 요소 및 개선해야 될 과제 등을 살펴봄으로써, ‘항만도시’라는 관점에서 모든 기능이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할 뿐 아니라 ‘항만도시’의 주인공인 우리의 삶도 더욱 윤택해질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게 현행의 항만구역 중심의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항만과 주변지역으로의 연계 및 통합적인 방법을 도입한 관계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항만과 도시 간의 상호 연계성 강화 및 관련 계획 간의 시너지 효과 향상을 위해서는 항만 재개발사업에서 항만구역에 국한하지 않고 주변지역의 확대를 통한 추진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세계 주요 도시들의 대부분은 항만을 끼고 성장했으며, 이러한 항만도시들은 교역과 물류의 거점 공간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를 창출하고 지역의 문화를 창조하는 다기능의 복합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본래 통합 단위였던 항만과 도시의 기능이 분리되어, 항만과 도시는 서로 다른 위계와 목적에 의해 상호 충돌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항만과 도시를 개별공간 단위로 다룬 결과 항만과 도시의 통합적인 개발 및 연계개발 추진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일찍부터 주요 선진국들은 이러한 상충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항만과 도시의 유기적 연계와 통합적 개발을 통해서 항만 주변지역, 친수공간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계획에 반영해 오고 있다.

  끝으로, 항만도시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우리 삶의 터전으로 존재할 것이며, 경제, 문화, 사회 등의 전반을 포용할 것이다. 또한 항만도시가 앞으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항만 재개발 분야에서 항만과 도시의 상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필규(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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