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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방송 무서워 건설 현장 무시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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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02 05:00:23   폰트크기 변경      

 

     

지난 5월 말, 행정안전부 승강기안전과 회의에서 공사용 승강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논의됐다. 현재 공사 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 호이스트 등을 이용해 자재, 인력을 수송하다가 승강기를 임시로 설치해 공사용으로 사용한다. 이로 인한 사고, 고장 등을 막고자 공사용 승강기로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다. 안전과 관련한 문제이니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다는 생각에는 공감하지만, 지난 달 행안부 관계자들과 건설업계, 승강기업계가 모인 간담회에서 목격한 접근 방식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건설현장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발주, 공사 체계는 승강기를 공사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운영된다. 공사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면 크레인, 호이스트로 인력과 자재를 운반하면서 증가하는 공사 시간, 재해 위험률 등을 다시 책정해 공사비와 공사기간 등에 반영해야한다. 발주체계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건설업계가 20∼30년간 국내외 현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버리고 갑자기 전혀 새로운 방식을 찾으라는 것으로, 어떤 산업도 이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이로인한 피해는 입주일이 늦어지는 계약자, 승강기보다 추락사고가 빈번한 호이스트를 타고 이동하는 건설근로자, 공사비 증가에 따라 분양가도 비싸져 내 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지는 무주택자에게 돌아간다.

게다가 호이스트를 타고 40층 이상 건축물을 오르내리라는 것은 초고층 건축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그동안 승강기는 안전인증제를 운영하고 부품 안전성 기준이 강화되면서 호이스트보다 더 안전해졌다. 공사 중에 승강기를 사용하느라 품질에 문제가 생겼다면, 입주 전 필수 점검해야 할 부품 등을 지정해 점검한 후 교체공사를 명령하면 될 일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같은 방식을 적용 중이다.

지난달 있었던 간담회에서도 건설업계는 공사용으로 사용한 승강기를 제대로 점검할 수 있도록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강제성을 부여하면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런데 행안부 관계자의 반응이 황당했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고, 2∼3년 이상 시간이 걸려 어렵다는 것이다. 갑자기 공사용 승강기 사용 불허 논의를 하게 된 것도 공중파 방송에서 이 사안을 취재 중이라 뉴스가 터지기 전에 어떤 제스처라도 보여서 막아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안전보다도 방송후 빗발칠 민원이 두려웠던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건설업계, 승강기업계 등은 4일 두번째 간담회 자리를 갖는다. 이번에는 부디 건설업의 특수성을 조금이라고 고려해주길 바란다.

 

문수아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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