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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다이어리]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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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13 07:00:13   폰트크기 변경      
공회전하는 듯한 현실을 사는 청춘들을 향한 응원가
   

누구나 자동차 경주 레이스카처럼 시동을 걸면 쾌속질주하는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건 모두의 로망일 뿐. 인생은 뜻하지 않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의도치 않게 충돌사고가 나거나 타이어가 찢어지고 엔진고장이 일어나는 변수가 찾아온다. 아예 시동조차 켜지지 않고 계속 공회전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위기를 어떤 자세로 맞이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조급해하거나 당황하면 오히려 위기는 잇따른다. 여유를 갖고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면 위기에서 벗어날 해결책이 나오기 마련이다.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 제작 ㈜외유내강)은 시동이 잘 걸리지 않고 공회전만 계속 하는 듯한 흙수저 청춘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 무작정 가출한 택일(박정민)이 군산에 갔다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나고 야심만만한 반항아 친구 상필(정해인)과 진짜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영화는 조금산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데다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 200%인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다. 예고편이 공개된 후 모두가 피하는 블록버스터 ‘백두산’과의 정면대결을 결정한 자신감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이 고조됐다. 엄청난 규모로 무장한 ‘백두산’에 대항할 필살기가 뭔지 관심이 모아졌다.

베일을 벗은 ‘시동’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무기는 훈훈함과 따뜻함, 선함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청춘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좇아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처럼 주인공들은 우울한 현실에 아파하고 방황한다. 그러나 ‘거석이형’ 같은 좋은 어른들의 선한 영향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이런 대책 없는 선함은 상업영화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전체적인 서사가 단출하고 소소하기에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영화가 절정에 도달해 어떻게 마무리할지 궁금해질 때 영화가 갑자기 끝난다. 즐겁게 웃으며 극장을 나올 수 있지만 약간의 아쉬움을 숨길 수는 없다.

배우들의 연기는 예상대로 훌륭하다. 영화 한편을 홀로 책임질 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는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는 훈훈한 케미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위로와 행복감을 선사한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최성은은 ‘발견’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최욱(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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