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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대표 |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잔잔한 물결이 햇살 따위에 비치는 모양’의 의미를 지닌 ‘물비늘’을 생각하면 된다. 전시 관람을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 김해 문화의전당 윤슬 미술관의 이름도 같은 맥락에서 지었다.
서울에서도 이 아름다운 낱말을 제목으로 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서울로 7017’ 아래 만리동공원에 설치된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이다. 저녁노을 아래 파닥이는 은빛 은어 비늘 혹은 물비늘을 닮은 이 작품은 공식적으론 ‘서울로 7017’의 공공성과 지역의 재생성을 겸비한 공공미술이다.
대형 광학렌즈 같은 모양을 한 이 작품은 몸집부터 예사롭지 않다. 25m의 지름에 깊이만 4m에 달한다. 위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움푹하게 들어간 형태를 하고 있다. 때문에 제대로 관람하려면 작품 내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공간의 경험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구조인 셈이다.
윤슬 특유의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루버(louverㆍ길고 가는 평판을 일정 간격으로 수평 설치한 구조물)에서 비롯된다. 빛이 루버를 통해 내부 공간에 투영되면 잔잔한 물결이 너울거리는 듯한 효과가 나타나는데, 반사되는 빛의 산란은 마치 물 속에 있는 여운을 심어준다.
그뿐 아니다. 루버에선 ‘서울로 7017’과 서울 하늘, 서울의 도시 풍경을 바라볼 수 있으며, 지면과 안을 잇는 공간은 2800개의 자잘한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어 ‘윤슬…’에 들어서면 노천극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야간에는 140개의 LED조명이 작품 내부를 단조로운 듯 섬세하게 물들여 독특한 야경을 연출한다.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시간과 다양한 조형을 체감할 수 있는 ‘윤슬…’은 관람자들 각자의 시각과 경험이라는 각각의 비늘이 덧대어짐으로써 커다란 ‘의미체’를 형성한다. 그 의미체는 빛에 의해 화려하지만 개인의 경험에 의해 검소해지는 특징이 있다. 그 자체로 마음의 웅덩이가 비워진다.
우리는 시각적 조형에 익숙하지만, 이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은 시각뿐만 아니라 장소와 함께 경험되는 개개인의 다양한 결을 품는다. 나와 너, 우리의 이야기를 끌어안는다. 그래서 매력적이고, 그렇기에 공공미술이다. (도아트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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