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중국 드라마를 보다가 그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랑야방’이라는 사극이었는데 시작은 드라마에 나오는 독특한 대화법 때문이었다. 주인공들이 서로 말을 시작할 때와 끝맺을 때 반드시 읍을 하였다. 심지어 술을 권할 때도 그러했다. 처음에는 그냥 신기하기만 하다가 곧 그 여유가 부러워졌다. 어떤 언사를 내뱉기 전 일단 한 번쯤은 머릿속으로 거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읍이라는 것은 그 행위 자체가 매우 숙련된 예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고받는 대화도 품위와 격식을 차리게 되고 논리를 갖추게 되었다.
실제로 드라마 속 인물들의 언행은 매우 신중하고 격조가 있었다. 특히 위기에 처했을 때 주고받는 말이 더욱 무게가 있고 빛이 났다. 술자리에서도 일종의 품격이 따라다녔다. 그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중국 문화의 전통과 저력을 실감했다. 그러고 보면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나 칭기즈칸의 위세가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힘든데 반해 중국의 힘과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된 데는 다른 많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첩첩으로 쌓인 거대한 말의 힘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덧붙여 우리 주변에 난무하는 천박한 말의 난장판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가볍게, 너무나 자극적으로 말을 내뱉는다. 생각 이전에 말부터 내지르는 것이다. 그렇게 쏟아낸 말의 대부분이 남을 위로하고 깨우침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주로 남을 공격하고 상처를 내는 데 쓰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말의 무기는 대부분 부메랑이 되어 당사자 자신을 표적으로 삼게 된다. 그리고 그 효과는 보다 가혹하고 결정적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 자기가 뱉은 말 때문에 치명상을 입고 허우적거리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중국 드라마를 권하고 싶어지는 이유다.
황경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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