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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협회가 시멘트, 레미콘, 골재, 철근 등 품목별 주요 자재단체들로부터 취합해 발표한 올해 건자재시장 수요전망치가 모두 마이너스다. 올해 2억3477만㎥로 작년 수요(2억2996만㎥)보다 유일하게 2.1%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 골재수요는 원 자료인 국토교통부의 ‘2020년도 골재수급계획’과 대조한 결과, 오류였기 때문이다. 2019년 실제 골재수요는 2억4084만㎥였고, 자료상 수요로 표기한 2억2996만㎥는 작년 공급실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작년 시장에 필요한 골재보다 1088만㎥나 적은 실적에 그쳤다.
올해 건자재기업들이 예외없이 수요 감소를 전망했는데, 실제 그렇게 될까? 자재 전망치는 매년 틀렸다. 심지어 감소를 전망했는데, 증가한 경우도 다반사다. 자재업계는 수요를 가늠하는 데 쓰이는 건설지표가 앞서 틀린 탓으로 돌린다. 작년 연간 건설수주액만 해도 한국건설경영협회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148조원으로 봤지만 작년 11월 말 누적액만 138조원이다. 남은 12월 수주액을 2017년(22조5000억원)과 2018년(22조4000억원)의 중간치로 잡아도 연간 수주액은 12조원이나 많은 160조원이다.
2020년 수주전망도 마찬가지다. 건설경영협회가 3.8% 줄어든 142조8000억원으로, 건설산업연구원이 6.8% 감소한 140조원으로 전망했지만 증감률을 뽑아내는 기준치인 2019년 실적치가 16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전년동기 대비 감소폭이 14%대로 불어난다. 연간 건설수주액이 연간 SOC예산액에 근접한 20조원가량 줄어들면 업계로선 재앙 수준인 ‘수주절벽’이다. 반면 건설은 물론 건자재업계도 느긋하다. 당정의 SOC예산 증액과 총선을 앞둔 균형발전 프로젝트 등의 착공에 힘입어 올해 수주액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증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어렵다’고 아우성쳐야 당정이 SOC예산을 늘리고 주택규제 등을 풀 것이란 기대가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국토교통부의 건설국장이 “건설경기가 언제 좋았던 적이 있었나요?”라고 반문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실상 건설국장도 알면서 속아준다. 건설예산이 늘어나는 게 부처에도 좋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선행지표인 수주보다 동행지표인 기성액ㆍ건설투자액이 업계의 실제 체감경기와 더 맞아떨어지는 점이다. 올해 건설경기를 전망한 연구기관들만 해도 선행지표가 괜찮다고 낙관적으로 봤다가 실적치가 안 좋게 나오면 산업계의 뭇매를 각오해야 한다.
경기전망의 정확도를 높일 첩경 중 하나는 체감ㆍ실제경기 간 갭을 메우는 길이다. 갭 발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업계가 가장 우선적으로 꼽는 요인은 수주물량의 착공이 지연되는 사태다. 특히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의 경우 5년 전 수주한 물량의 올해 분양도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는 하소연이 많다. 경기전망이 틀리는 주범은 당연히 연구기관들이다. 하지만 정부, 지방자치단체, 발주기관도 공범이다. 양치기 소년식 경기전망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고 산업계의 예측 가능성, 나아가 실물경기를 견인하려면 건설 인허가 및 규제부터 과감히 풀어 수주ㆍ착공 간 시차를 줄여야 한다.
김국진 산업2부장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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