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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민간투자사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난 1994년부터 지금까지 민간투자사업과 함께해 왔다.민간투자 방식이 국내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활성화 움직임을 보였던 시기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를 적용됐던 2000년대 초반과 임대형 민간투자(BTL) 방식이 등장했던 2005년이다.
이들 시기에는 민간투자사업이 왜 활성화 기운을 띠었을까? 이 물음에 답을 찾다보면 현재 정부와 업계가 고민하고 있는 민간투자사업 활성화의 해법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MRG는 고시사업에서 사업자가 얻는 실제 수입이 주무관청과 체결한 실시협약상 수입의 90%를 밑돌면 그 부족분을 주무관청이 보전해주고, 초과(110%) 수입은 주무관청이 가져가는 제도다. 제안사업에 대해서는 실시협약상 수입의 80%를 주무관청이 보장해주고, 120% 초과 수입액을 환수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투자수익률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동시에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BTL 방식에서 사업시행자는 실제 수입 규모와 관계없이 실시협약상 수입을 주무관청으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다. 사실상 수요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없는 셈이다.
MRG 대상 사업과 BTL 사업은 민간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히는 수요의 불확실성(또는 시장위험)을 정부 또는 주무관청이 사전에 차단해 투자수익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공통점으로 지니고 있다.
민간투자사업은 소액을 갖고, 단기로 추진할 수 있는 투자처가 아니다. 대규모 투자의 장기 사업이다. 이에 따라 담당했던 사업이 1개라도 어그러지면 사업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때문에 민간투자시장 내 주요 플레이어는 대부분 대형 기업들이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경쟁도 일반적으로 3대1 이상을 넘지 않는다. 최근 사업자 선정을 마친 ‘위례~신사 경전철 건설사업’에서는 이례적으로 5대1이라는 경쟁률이 나왔지만, 이는 사업 자체에 대한 매력보다는 수주물량 부족 등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사업자들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점에 초점을 맞추고 활성화 정책을 펴야 한다.
민간투자사업이 자리를 잡아 왔던 지난 시간을 살펴보면 업계는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 창출 방안’을 활성화 재료로 요구했다. 지난 자료를 뒤적이다 약 22년 전, 한 경제신문에 실린 사설을 읽게 됐다. 이 사설은 민간투자시장 활성화 재료로 ‘사업의 수익성 보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예측가능성 담보’를 꼽았다. 예나 지금이나 업계가 요구하는 활성화 방안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약간 시선을 달리해 보면 그동안 정부가 활성화만 외쳤을 뿐, 업계 건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 정부도 경제활력 회복과 인프라 구축 확대 등을 이유로 민간투자 활성화를 외치고 있다. 더불어 공공성 강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SOC(사회기반시설)의 공공성을 간과해선 안 되지만, 수익성을 외면한 공공성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과거 국내 민간투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국내 연기금 또는 공제회들은 2010년대부터 이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 이들은 대체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대체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체투자는 경제환경 변화에 덜 민감해 하방경직성이 있다는 점과,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분야다. 이를 풀어보면 민간투자사업은 예측 가능성이 낮고, 돈이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이 리스크, 로 리턴(High Risk, Low Return)’인 셈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에 열린 민간투자사업 20주년 세미나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논의 결과,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BTO-a(손익공유형 민간투자)’와 ‘BTO-rs(위험분담형 민간투자)’가 새로운 사업 형태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BTO-rs는 단 두 건의 사업에만 적용됐고,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현재 정부는 ‘BTO(수익형 민자사업)ㆍBTL 혼합 모델’이라는 또 다른 새 사업 모델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시장의 불편함을 꾸준히 개선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정책을 마련, 시행하는 것도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민간투자 활성화에 한 발 더 다가서려면 ‘위험에 상응하는 수익성’과 ‘예측 가능한, 일관성 있는 정책’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남용(회계법인 새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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