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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
N번방 사건에 대한민국이 분노하고 있다. 텔레그램에 단체방을 열어놓고 성인 동영상을 공유했다. 또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 성 착취 대상을 만들고, 그들에게 천인공노할 범죄를 펼치며 자기들끼리 희희낙락했다. 중복 포함 무려 26만명이 연루됐다.
이에 대중들이 움직였다. N번방 용의자 신상 공개를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60만명이 공감하며 역대 기록을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엄벌을 시사했고, 결국 주모자 조주빈은 포토라인에 섰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대중이 그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고, 피해자의 편에 설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라진 소녀들’의 피해자와 가족들에겐 그런 아군이 없었다. ‘사라진 소녀들’은 2010년에 실제로 발생했던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성 노동자 연쇄살인사건을 그린 영화다. 마리 길버트(에이미 라이언)는 가출 후 성 노동자로 일하다 실종된 큰딸 섀넌 길버트를 찾아 나선다.
마리와 그의 가족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냉혹하다. 섀넌이 실종된 근처에서 10여구의 시체가 발견됐음에도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지역 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연이은 언론 보도에도 대중들은 시큰둥하다. 섀넌이 성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회는 희생자를 철저히 배격하고 외면한다.
영화는 여타 범죄 추리물과 궤를 달리한다. 섀넌을 좇는 시선은 느릿하고, 별다른 추리가 없다. 덕분에 당시 수사 과정 속에서 느꼈을 마리의 절망과 답답함이 고스란히 다가온다.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절규하고, 사회의 시선에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던 암담함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관객의 편견에도 일침을 가한다. 영화 시작부엔 섀넌의 직업이 밝혀지지 않는다. 그저 일찍 독립해 가난한 가족을 위해 돈을 빌려주는 착하고 예쁜 딸이다. 하지만 전개에 따라 섀넌의 직업이 밝혀졌을 때 저도 모르게 피어나는 감정, 그것이 바로 편견임을 영화는 아프게 꼬집는다.
결국 사건은 미제로 남는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 범인은 어딘가에서 미소짓고 있다. 이에 마리는 인터뷰를 통해 모두가 피해자를 외면했음을, 오히려 비난했음을 비탄하며 “이제는 책임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우리에겐 지금도 어딘가에서 떨고 있을 N번방의 피해자들이 있다. 그를 위해 보다 확실한 조처와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다. 대단한 정의감이 아니다. 그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기에 마땅히 가져야할 책임감일 뿐이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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