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겨울의 두껍고 우중충한 허물을 벗기고 만물을 깨우며 새 생명을 잉태한다. 이런 까닭에 봄이 오면 사람들은 누구나 시인이 되고, 또 봄에 대해 아름다운 시를 쓰려 노력한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이 봄을 주제로, 봄에 대한 시를 셀 수도 없이 써왔다. 그러나 과연 그들의 시에 봄이 봄답게 그대로 담겨 있었을까? 나는 이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봄에, 봄을 주제로 한, 봄의 예찬 시를 쓸 수 없다. 우리 한글이 제아무리 아름답고 과학적인 글이라고 해도 한글에서 아름다운 봄을 달리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어휘나 문장을 찾을 수 없는 까닭이다.
“찬란한 봄, 생동하는 봄, 분홍빛 봄, 무지개 봄, 아름드리 봄, 사랑이 넘치는 봄, 멋진 봄, 꽃 노래하는 봄, 목련 피는 봄, 초목이 잠 깨는 봄, 아장아장 걷는 봄, 임 오시는 봄, 빛나는 봄, 연두의 봄, 손잡고 오는 봄, 여인 같은 봄, 희망의 봄, 가슴이 뛰는 봄, 마음을 훔친 봄, 그리움이 묻어나는 봄, 달달한 봄, 편지 쓰는 봄, 초록의 봄, 만나고 싶은 봄, 동백꽃 피는 봄, 아기 미소 같은 봄, 노래하는 봄, 팝콘 날리는 봄, 추억의 봄, 꽃들이 시샘하는 봄, 들녘이 분주한 봄, 마음이 흔들리는 봄, 아지랑이 피는 봄, 올챙이 깨어나는 봄, 아가씨 입술 같은 봄, 어머니 품속 같은 봄, 씨뿌리는 봄, 새싹이 움트는 봄, 여름을 기다리는 봄” 등등….
산속에 곱게 핀 진달래꽃을 한번 보라. 그 은은하고 오묘한 빛깔을. 빨강, 분홍, 하양… 아니다, 자연 그대로의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봄을 한 색깔, 한 단어,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그냥 봄이 보이는 대로 내 눈에, 느껴지는 대로 내 가슴속에 담을 뿐이다.
이윤배(조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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