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로 인해 안전관리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공사에 대한 규제와 책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시공사에만 원인과 책임을 모두 부과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건설시설물은 발주자와 건설사, 근로자의 합작품이다. 각 사업참여 주체들이 각자의 역할에 맞는 안전관리 노력을 다해야 현장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안전학회와 건설노조 등에서 제기하는 발주자 책임 강화 논의를 좀 더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건설노조 등은 발주자가 불법적인 설계변경을 용인하거나 공기 압박을 가하는 행위는 중대 재해를 발생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공사에 따른 책임은 발주자가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발주자가 공사기간과 인력 투입, 공사금액을 어떻게 설정하고 관여했는지에 따라 중대 재해 발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하면 시공사와 안전담당자 등은 조사대상이 되는 반면 발주자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안전관리비를 제대로 계상하지 않거나 꼭 필요한 안전 관련 항목을 빼는 등 발주자에게 부여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는 발주자라도 처벌해야 한다. 건설노조도 법과 규정이 제시한 발주자로서의 의무를 다했는데도 처벌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지식이 없어 전문가에게 맡긴 민간 건축주까지 처벌하자는 주장은 많은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사고를 줄이려면 현장에서 안전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발주자는 과감히 공사 중단을 결정해야 한다. 그에 따른 추가비용(일반관리비, 간접노무비 등)은 당연히 발주자 몫이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공사 책임만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여 주체별 역할 및 책임 분담을 통한 협력적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재해를 줄 일 수 있다. 물론 발주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건설공사는 발주자가 선행 단계에서 내린 부적절한 결정이 후행 단계인 시공 과정에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발주자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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