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보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전 세계 186개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인류는 팬데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공포심을 넘어 전 세계 경제를 마비 상태로 몰아갔다. 각국 정부는 극도로 악화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단기와 장기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당장의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정상적인 생활과 국가경제 회복도 중요하다. 단기 정책은 주로 심폐소생과 같은 생존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장기 정책은 국민 경제 성장동력 복원과 기술개발 투자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신에 있다.
정부는 당장의 국민 생존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까지 지급했다. 생계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과 일자리 제공을 보장하기 위해 뉴딜과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다소 혼란스럽지만 단기와 장기로 구분하면 이해가 간다. 1929년 미국발 세계대공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정부가 선택한 것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민간건축 시장 활성화였다. 투자와 제도 혁신 카드를 동시에 꺼냈다. 미국의 대표 주택담보보증기관인 페미네(Fannie Mae)도 당시에 설립됐다. 실직으로 소득이 끊긴 서민이 살던 주택과 임대 건물에서 쫓겨나지 않게 정부 주도로 보증기관을 세웠다. 우리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도입했던 ‘MBS․ABS(주택ㆍ자산저당채권)’제도도 미국을 벤치마킹했다.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 선언 이전에 이미 104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었다. 국가균형발전, 국민 삶의 질, 국민안전 보장을 위해 예타 면제 24조원, 생활SOC 투자에 48조원, 노후인프라 개선에 32조원 등은 코로나19와 관계없는 정책 주도 인프라 투자 사업이었다. 예고된 사업에 재정투자 얘기가 나오자 ‘토건 혹은 건설투자’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 정책을 발표하면 건설투자 혹은 토건투자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유독 국내에서는 인프라 대신 건설이라는 말이 나올까? 왜 정부는 뉴딜이나 그린뉴딜 정책에서 인프라 투자를 제외했을까?
정부를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가 공통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단기 생존 정책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공통적이다. 인프라 투자가 건설과 철강, 판유리와 목재 공장 등에 미치는 생산과 고용 유발효과 때문이다. 인프라 투자 혜택이 건설만이 아닌데도 건설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점이 다른 국가와 차이다.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뉴욕대학의 폴 크루만 교수도 인프라 투자를 단기와 장기 경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야 함을 주장했다. 코로나로 국가 간 이동과 무역이 제한을 받는 상황이라 내수시장에서 경제 활력을 찾아야 할 수밖에 없다. 직접적이고 즉시 답이 나오는 건설 활성화를 지목하고 실현 수단으로 인프라 투자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비난이 아닌 지원과 격려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인프라 투자 사업이다.
인프라 투자가 산업 활동과 고용을 촉진시킬 수 있지만 지속가능성은 낮다. 국가재정 여력 부족 때문이다. 선진국 중심으로 민간자본 투자사업 방식이 활성화되는 것도 재정 한계성 때문이다. 국내 민자사업은 20년 전에 비해 국가 지정 건수가 10분의1로 줄었다. 선진국과 반대 방향에 있다. 현재와 같이 재정 여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인센티브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인프라 투자가 아닌, 정부가 이미 발표한 사업의 상당수를 민자사업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인프라가 공공재라는 이유로 수익성보다 공익성이 커야 한다는 주장도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다만 재정 부족을 민간자본으로 대체할 경우 공익성과 수익성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과도한 수익성은 방지해야 하지만 민간자본에 손실을 안겨 줘서도 안 된다. 재정과 민간자본의 역할 분담 정책을 당분간이라도 인센티브로 갈 것을 제안한다. 104조원 사업 중 수익성 있는 사업을 민투사업에 우선 배정하자. 빠른 진행을 위해 민투사업 경쟁에서 완공 후 사용료와 사용 기간 중심으로 인센티브 부여 방식을 선택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건설원가 산정 방식이 아닌 사용료 부과액 중심으로 경쟁시키면 투자자가 무리하게 공사비를 높이려 하지 못한다. 완공 후 사용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공사비를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으로 인프라 투자 정책 회피가 침체된 경제를 조기에 활성화시키는 골든타임을 놓칠까 염려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국가가 동일한 선상에서 재기하려는 데 한국만 뒤처질까도 걱정된다. 재정사업은 세금 부담이지만 민투사업은 수요자 부담이 기본이다. 국채 발행은 결과적으로 세금으로 메꿔야 하며 조세 부담은 현재 사용자가 아닌 청소년부터 시작된다. 코로나19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블랙스완이다. 관습화된 방식이 아닌 다른 접근 정책이 필요하다.
이복남(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