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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나날] 엔니오 모리꼬네를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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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10 06:00:19   폰트크기 변경      
‘시네마 천국’으로 떠난 영화음악의 거장
   
영화 ‘시네마 천국’ 스틸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죽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로마의 한 병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향년 92세.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은 후 병원 치료를 받아왔지만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직접 자신의 부고를 적어 보냈다. 64년간 함께 했던 아내,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영화의 길을 함께 걸었던 절친에게 남기는 마지막 인사였다.

 1961년부터 본격적인 영화 OST 작업을 시작한 이후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무숙자’ ‘언터처블’ ‘시티 오브 조이’ ‘러브 어페어’ ‘피아니스트의 전설’ ‘미션 투 마스’ 등 영화보다 음악이 더 기억될 명작을 남겼다. 그중 한국 관객의 마음을 훔친 영화는 ‘미션’과 ‘시네마 천국’이었다.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사라 브라이트만이 가사를 붙인 ‘넬라 판타지아’로도 유명하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고인이 선교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생각하며 만든 이 곡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것을 우려해 사라 브라이트만의 부탁을 몇 번이고 거절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시네마 천국’은 최고의 명작으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비롯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신인이었던 주세페 토르나토레를 만나 평생 우정을 쌓았고, 아들 안드레아 모리코네와 함께 작업해 의미를 더했다. 키스신을 짜깁기한 엔딩과 이때 퍼져나가는 ‘사랑의 테마’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곡으로 남아있다.

 하나 아카데미와는 오랜 시간 연을 맺지 못했다. 명작으로 인정받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당시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다. 2007년이 돼서야 ‘공로상’을 받았는데, 봉준호 감독의 말을 빌려 ‘로컬 영화제’인 아카데미가 이탈리아인인 고인을 애써 외면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 결국 2016년 ‘헤이트풀8’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아냈다.

 이제는 작별의 인사와 함께 ‘시네마 천국’으로 주소를 옮긴 고인의 명복을 그의 음악들로 빌어 본다.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없음이 아쉽지만, 50여년간 500여편이라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엄청난 작업량이 다행일 따름이다. 덕분에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시간은 앞으로도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할 것이니, 그가 가는 길에 감사를 담아 헌사를 올린다.

 “당신, 엔리오 모리코네는 죽었다. 하지만 당신의 음악은 영원히 살아있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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