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사태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한은이 대출이나 보증을 계속 늘려왔기 때문이다. 또 기준 금리를 대폭 낮춘 것도 한몫했다. 그 결과는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역대급 통화량으로 나타났다. 시중 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는 5월기준 3045조원이다. 이는 4월보다 35조원(1.2%)이나 증가한 것이다. 4월에 34조원(1.1%)이 늘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폭 기록했는데 이를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또 작년 5월과 비교해도 275조원(9.9%)이나 불어났다.
통화량은 넘쳐나지만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1분기 통화유통속도는 0.64이다. 이는 통화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잠겨있는 것이다. 부동산으로의 유입은 부동산금융에서도 알 수 있다. 2017년 1790조3000억원이던 부동산금융이 작년 말에는 2062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올 3월말에는 2105조3000억원으로 늘어나며 집값 과열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을 1.25%에서 0.50%로 내리는 동안 전국 주택가격매매지수는 101.13에서 102.86으로 높아졌다.
정부는 공모 인프라 펀드 투자자에게 세제지원을 하기로 했다. 또 30조원 규모의 민자사업 활성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적격성심사 등 관련절차를 신속히 추진해 민자에 활력을 불어넣기로 했다. 불붙은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시중 유동성을 민자 투자로 유인하기 조치다. 그럼에도 조기 착공이 가능한 예타면제사업의 민자 전환은 게걸음이다. 관계부처의 엇박자속에 오늘(31일)까지 내놓기로 한 대상사업 선정은 물 건너갔다. 세제에 대해서는 속도를 내는 정부가 부동산시장 정상화와 연계된 민자투자 활성화에 소극적인 이유가 뭔지 속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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