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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통령님, 과거로 돌아가신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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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21 06:00:22   폰트크기 변경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창덕여중 ‘그린 스마트 스쿨’ 현장 방문 자리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함수를 사용하면 미래의 일이 예측 가능하다. 혹시 대통령님은 미래에 대해서 궁금하신 게 있으십니까”라고 묻는 교사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네, 지금 제일 현안인 미래의 부동산에 대해서…”라고 답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위트가 묻어나는 답변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최고 권력자이자 행정부의 수장으로서의 고뇌가 살짝 엿보이기도 했다.

 2017년 5월 정권 출범 당시 문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집값만큼은 꼭 잡겠다”고 공언했다. 실무 책임자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해선 무수한 정책카드가 존재한다”면서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지금까지 20여차례의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대다수 국민들이 주지하는 바다. 집값이 떨어졌다는 소식은 도무지 들리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값은 문 정부 출범 3년여 만에 평(3.3㎡)당 1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최근에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다는 통계도 나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규제지역 지정, 대출 규제, 세 부담 강화,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매제한 강화 등 모든 규제책을 동원하고도 집값이 잡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로서는 정말 답답할 노릇일 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련의 대책들이 시장의 기본적인 작동원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대부분 공급을 등한시한 채 수요 억제에만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8ㆍ4 공급대책을 포함해 지금까지 23차례의 대책 가운데 공급과 관련된 것은 5차례에 불과했다. 그만큼 공급 정책에 인색했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목소리에 정부는 “공급은 충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8ㆍ4 공급대책도 성난 민심에 놀란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더라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5개의 공급대책마저 집값을 끌어내릴지는 의문이다. 3기 신도시는 택지조성에만 지금부터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공공재개발ㆍ재건축은 사업성 문제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나마 정부 보유의 신규 택지 개발 정도가 빠른 추진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교통 문제 등으로 지역주민의 반발이 심하다.

 “그동안 공급대책을 병행했더라도 집값은 우상향하겠지만, 그 기울기는 완만했을 것이다. 너무 수요를 옥죈 나머지 집값이 폭등해 이젠 어떠한 공급대책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대학교수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미래 예측이 아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문 대통령은 어떠한 답변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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