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전원이 마치 절대 선(絶對 善)인 양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그런데 세상에 어떤 것도 전지전능하지 않고 절대적이지 않다. 상황과 조건이 달라지면 선악(善惡)도 달라진다. 좋아 보이는 것도 무리하게 늘리면 악(惡)이 되기도 한다.
분산전원은 분산형 전원(分散形 電源)을 줄인 말이다.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집중형 전원과는 달리, 전력 소비가 있는 지역 근처에 분산·배치가 가능한 소규모의 발전 시설을 의미한다.
분산전원의 잇점을 정리해 보자. 대형 발전소가 한 군데 모여 있는 것보다 소형 발전소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면 몇 개가 고장나서 전력생산을 하지 못하더라도 큰 전력이 동시에 상실되지 않기 때문에 전력공급의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둘째 발전소가 수요지 근처에 있기 때문에 대형 송전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최근 송전망 설치와 관련된 반대민원이 많기 때문이다. 셋째 만일이 분산전원이 재생에너지와 결합된다면 온실가스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맞다. 그러나 정도가 있는 것이다. 따져보자. 첫째, 재생에너지가 제공해주는 온실가스 저감효과를 분산전원의 효과로 고려할 수는 없다. 온실가스 배출저감은 재생에너지의 잇점이지 분산전원의 특성은 아니다.
둘째 분산전원이 대규모 송전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도 우리나라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의 50%를 수도권에서 사용한다. 그런데 과연 수도권에 발전소의 50%를 분산해서 설치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송전선을 설치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수도권의 높은 부동산 가격이 문제인데 감당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50%의 전력원을 수도권에 배치한다면 가뜩이나 과밀한 인구와 이로 인한 공해 문제가 있는데 문제가 가중되는 것이다. 전기는 에너지의 생산지와 소비지를 송전선으로 연결하여 분리시킬 수 있는 것이 하나의 장점이다. 그런데 분산전원은 그것을 역행하는 것이다.
셋째 환경의존성이 높은 태양광발전소의 경우에는 소비지 근처가 아니라 태양광 자원이 좋은 곳에 설치해야 효과적인데 그것을 굳이 소비지 근처로 끌고와서 발전효율이 낮은데 설치할 이유도 없다.
넷째, 전기도 품질이 있다. 가정용 전기의 경우 220볼트 60헤르츠가 일정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발전소를 가동시키거나 정지시키면서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집중화된 대형발전소 몇 기를 관리하는 것이 타당할까 아니면 수백 기의 분산전원을 관리하는 것이 용이할까? 대규모 정전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100% 용량의 발전소 1기보다 50% 용량인 발전소 2기가 더 바람직하다. 동시에 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 용량의 발전소 1기보다 1% 용량의 발전소 100기가 되면 다른 얘기다. 이번에는 관리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원전 1기를 대체하기 위해 수백기의 태양광발전소가 필요할 텐데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어떻게 관리하여 주파수를 일정하게 유지하겠는가? 학술적인 과제로써 전력망을 전공하는 분들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일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그런 도전에 직면하게 할 필요는 없다.
다섯째, 분산형 전원이라는 전략은 재생에너지라는 매우 소규모 전원을 합리화하려다 보니 나오게 된 것일 뿐이다. 생각해 보라 인류가 풍요를 누리는 이유는 결국은 분업과 대량생산이다. 소규모 발전이 어떻게 경제성을 추구할 수 있는가? 대형화를 해야만 단위생산이 많아지고 토지, 물자,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분산전원이 싸질 수 있는가? 효율이 나쁘고 많은 고용을 요하는데 값이 싸질 수 있는가 말이다. 고용창출은 효율이 좋아지면서 고급일자리가 생겨야 제대로지 효율이 나빠지고 저급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자동차 대신 인력거를 쓰면서 생기는 일자리와 마찬가지 인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좋은 땅에 분산해서 건설되면 모든 잇점을 다 누릴 수 있다. 그런데 태양광발전을 과도하게 건설해서 햇볕이 제대로 들지 않는 곳에 설치한다거나 숲을 베어버리고 설치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다. 경제성도 환경성도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분산전원도 마찬가지이다. 송전탑을 줄인답시고 값비싼 수도권 땅에 공해의 가중을 무릅쓰고 건설할 수는 없다. 수도권에 고려하고 있는 소형발전소가 재생에너지 발전소라면 엄청난 면적을 요할 것이다. 또 그 수많은 발전소를 어떻게 안전하게 제어해서 전기의 품질을 유지한다는 말일까? 관리능력의 범위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하려면 수백기의 분산전원이 필요하다. 땅은 얼마나 필요할지 관리는 가능할지를 생각해보고 필요한 만큼을 주장해야 한다. 분산전원에 대한 맹신은 마치 아들아이 돼지저금통을 털어서 실직한 아버지가 생계를 도모하자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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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범 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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