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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회복 엇갈린 기대와 우.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에 위기가 급격히 확산됐으나 올 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강남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회복세로 인식됐으나 4월에는 버블세븐 지역으로 확산됐고, 5월에는 신규 분양시장에까지 청약자가 몰리는 등 회복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유동성 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주택시장이 회복되는 것일까.
주택시장은 지난 2007년 1분기를 정점으로 하강국면에 진입했다. 비록 지난해 금융위기로 4분기 하락폭이 컸지만 가격 측면의 조정은 충분히 거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택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던 분양가격 역시 상한제 적용 주택이 분양되면서 하락세로 전환됐다.
최근 신규 분양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린 것도 낮아진 분양가 탓으로 볼 수 있다. 크게 내렸던 기존 주택의 가격이 회복되면서 신규 분양주택에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2년여에 걸친 주택시장의 침체 끝에 나타난 현상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실물경제 여건이 호전될 기미가 없는데 주택시장만 회복세를 보인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지금의 회복세가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처럼 향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건설업체들은 당장 하반기 사업전략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실물경기 침체를 우려해 구조조정을 단행할지, 아니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주택가격 회복 불구 위기관리해.
지금 추세로 보면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은 바닥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주택건설업체들의 사업에 청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2007년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밀어냈던 물량이 모두 소화되기에는 아직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1~2월 잠시 줄었던 미분양 아파트가 3월 들어 다시 3000가구 이상 급증했다. 준공 후 미분양 역시 5만 가구를 넘어섰고, 2009년 분양예정물량은 지난해보다 1만5000가구가량 많다.
특히 올해는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보다 5만 가구 이상이 많은 18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즉 지금의 분양시장의 회복세가 지속되더라도 기존 미분양과 신규 분양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올 3분기부터 도래할 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PF대출의 만기도 불안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대주단 협약으로 1년씩 연장해 놓긴 했지만 만기일이 가까워도 금융시장이나 주택건설사들의 여건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작년 말 같은 금융 불안은 해소됐지만 수익성이 떨어진 금융기관들의 대출관행이 주택건설업체들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것이다. 즉 주택가격 회복은 주택건설업체들에 심리적 안도를 줄 수 있지만 전반적인 사업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전세가격의 동반 상승 및 거시경제 회복이란 숙제가 남아 있다.
문제는 거시경제에 대한 전망이 당초 상저하고(上底下高)에서 상고하저(上高下底)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민간수주 감소를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버티고 있는 시장 상황도 지속되기 힘들다. 벌써부터 하반기 공공의 재정투입물량이 소진될 것이란 염려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 실물경기와 민간건설시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금의 회복세는 다시 꺾일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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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수도권 주택시장 회복 어렵.
수급측면에서 볼 때, 지금의 분양시장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안에 수도권 주택시장이 회복국면에 접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적체된 미분양과 신규 분양물량이 많아 과잉 공급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지역의 주택경기 역시 해결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단지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비수도권 지역은 대구를 제외하면 주택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은 편이지만 전체 미분양의 80% 이상이 비수도권인 데다 경제회복의 모멘텀도 약하다. 현재는 대규모 미분양을 안고 있는 개별 건설업체들에만 부실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건설업체들이 이를 부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면 여파는 고스란히 공공부문의 몫이 될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혁신도시 등에서 공급할 공공택지 물량도 올해부터 비수도권 지역에서 늘어날 전망이어서 주택 미분양에 이어 택지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지방 주택시장의 위기는 여전히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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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전략 대응 조직정비 등 필.
올 상반기 분양시장 특징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 패턴이다. 최근 분양시장의 회복요인으로 `저금리’,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 ‘신축주택의 양도세 감면효과’가 꼽힌다. 따라서 당분간 분양 마케팅에서 ‘가격’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한편 중대형 평형의 분양에는 임대 후 분양 전환방식을 적극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은 여전히 주택 교체 욕구가 큰 35~54세 비중이 높다. 따라서 소득 증가 등 경제여건이 뒷받침된다면 중대형 평형으로의 교체수요는 여전하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상황과 적체된 대형 미분양 아파트를 감안할 때 수요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설업체에 대형 주택 판매는 직접 분양보다 임대 후 분양 전환이 훨씬 매력적일 것이다.
특히 서울시의 장기 전세주택 ‘쉬프트(Shift)’가 경기 침체기에도 인기를 끌었던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위기 뒤 기회 준비하라.
1~2인가구 등 중소형 주택상품 개발 서둘러.
정부의 공식적인 주택수요량은 2000년 이후 전국 약 50만 가구, 수도권 30만 가구로 추계되고 있다..
이는 연간 30만 가구 이상의 가구 수 증가와 10만 가구 이상의 주택 멸실, 소득 증가에 따른 주택교체 수요 등이 반영된 수치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연간 가구 수 증가분은 매년 1만 가구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한 멸실 수요가 여전하지만 재정비사업에 대한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제도 개선으로 멸실 규모는 점차 분산될 전망이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주택수요의 증가는 사실상 재정비 사업에 의한 멸실과 소득 증가에 따른 교체수요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0년 이후 정부의 주택공급 목표를 달성한 적이 2002년과 2007년 등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택 공급은 메리트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1~2인 가구의 빠른 증가,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인구 증가, 서비스 중심의 산업구조 등 사회경제 변화로 총량적인 주택수요 안에서 주택의 보유패턴이나 이용패턴도 다양하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인구구조의 변화는 도심의 주택수요를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도심의 주택은 출퇴근 거리를 단축시킴으로써 에너지 절감에도 크게 효과적이다. 따라서 녹색성장에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1~2인 가구의 증가는 주택임대시장 여건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고용여건이나 저금리상황이 월세 시장으로의 전환을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택에 대한 투자도 고가 대형주택의 자본이득에서 중소형 주택에 대한 운영소득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처럼 고급 일변도의 대형 아파트 공급보다는 다양한 중소형 고급주택 및 서비스 주택에 대한 상품개발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향후 거시경제 여건이 좋아진다면 국내 주택시장은 다시 한번 경기 상승과 수급 불균형에 따른 호황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날과는 그 규모나 양상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택건설업체들은 당장의 위기 타개에 전념해야 겠지만 위기 후 주택시장에 대한 청사진을 염두에 둔 사업 및 조직의 정비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위기 뒤의 기회는 항상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온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