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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정부 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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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8-04 10:14:43   폰트크기 변경      
 2009년 들어 강남3구를 중심으로 수도권의 주택가격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 들어 13% 가까이 올랐고 이는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호가 중심의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거래량 증가 및 주택담보대출잔액까지 늘어나 정책 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 같은 국지적 가격 상승으로 수도권의 주택담보 인정비율을 현행 60%에서 50%로 낮추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책이 들어왔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규제 완화는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지역에서 벌어지는 단기적 가격 상승 때문에 장기적인 시장 불안을 부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이러한 규제들이 과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장기적 시각을 갖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급시장 상황 최.

 올 들어 5월까지 인허가 실적은 6만7180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8%나 감소했다. 2008년 전체 인허가 실적이 37만 가구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민간 부문이 5만7505가구로 42.3%가 감소해 심각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민간부문은 2000년 이후 전체의 70% 내외 물량을 공급해 왔다.

 공공부문에서 계획물량 15만 가구를 달성한다 해도 민간부문의 극심한 위축으로 연간 계획물량인 43만 가구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물량은 어떤가.

 6월까지 6만9078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44.9%나 감소했다. 인허가 실적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분양물량이 예년보다 적어 24만 가구 수준에 불과했고 이는 최근 5년 이래 가장 적다.

 입주물량 또한 연내 28만 가구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는 2000년대 평균 입주물량보다 약 11%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 이르면 내년부터는 전세가격의 상승 가능성이 점쳐진다.

 인허가 실적, 분양, 입주물량 모두가 나빠 공급시장은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신규주택 공급부족으로 향후 주택가격 상승이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침체를 벗어나려면 민간부문이 회복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민간부문은 적체된 미분양 물량에 따른 하방 리스크 때문에 선뜻 시장에 뛰어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표참조.

공급가격보다 물량이 중.

 더욱이 신규주택시장에는 공급원가를 통제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낮은 가격에 신규주택을 공급하는 동시에 기존주택의 가격도 안정시킨다는 정책당국의 기대에서다. 여기에는 신규주택 가격이 기존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도 깔렸다.

 예를 들어, 기존주택 시장에서 주택가격이 1억원 수준에 형성됐다고 가정하고 신규주택이 기존주택과 동일한 품질로 5000만원에 분양됐다면 기존주택 가격이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떨어질까.

 단순하게 보면 기존주택 가격이 신규주택 가격에 영향을 받아 가격이 떨어질 것 같은데 이것이 분양가상한제의 논리적 근거다. 하지만 시장에 1억원의 기존주택이 100채가 있는데, 5000만원의 신규주택이 4채가 공급됐다면 가격은 어떻게 될까.

 5000만원 주택 4채 때문에 100채의 가격이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신규 공급된 5000만원의 주택이 1억원으로 올라갈 것인가? 지금까지는 대부분 후자의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일부에서는 전자처럼 적은 물량의 신규주택가격이 많은 물량의 기존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지적인 개발호재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어쨌든 이런 가정은 주택시장에서 공급물량이 갖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작년 입주기준으로 전국에 공급된 아파트 물량은 31만5271가구인 데 반해, 재고주택수는 790만9470가구로 추정된다. 작년에 공급된 신규주택 비중은 4%, 즉 앞서 예시했듯이 100채 중 4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가격은 물량규모로 볼 때 신규주택 가격이 기존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규제는 공급 탄력성 떨어뜨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듯, 공급량은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주택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켜야 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공급을 줄여 급격한 주택가격 하락을 막아야 한다.

 이러한 현상을 ‘공급 탄력성’이라고 말하며, 가격변화와 공급량의 변화를 수치로 추정한 것이다. 공급의 탄력성이 크면 가격 안정 효과가 크고 반대로 탄력성이 적으면 가격 안정 효과가 떨어진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이렇게 즉각적으로 공급이 이루어지는 시장이 아니다.

 인허가부터 건축행위를 거쳐 입주에 이르기까지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이 걸릴 수도 있다. 금년 상반기처럼 단기적으로 자금이 다량 유입돼 주택가격이 상승해도 일시에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기가 어려운 시장인 것이다.

 이처럼 주택시장은 근본적으로 다른 시장과 달리, 탄력성이 많이 떨어지는 시장이다. 여기에 규제까지 더하게 되면 더욱 탄력성을 잃게 될 소지가 크다.

 분양가 상한제는 수요자에게 낮은 가격에 신규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으나, 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공급자는 수요의 변화만이 아니라 적정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 정책의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서 정책 폐지에 대한 기대감에 공급시기를 미루게 되면 공급 탄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또 다른 예로 서민에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으로 소형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제도가 있다. 일정규모 이하의 주택을 일정 비율만큼 건설해야 하는 것으로 이 또한 규제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공급되는 주택의 평형에 대한 규제가 없다면 주택시장에는 소형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과 대형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는 주택의 다른 품질이 동일하다면 소형주택 선호자와 대형주택 선호자가 지불하려는 단위당 가격 차이는 크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형주택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고정시키면 대형주택의 공급이 부족해져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아파트의 소형과 대형 단위면적당 가격을 보면, 2006년까지는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졌지만 2006년 이후에는 줄어들고 있다. 반면 최근 늘고 있는 준공 후 미분양의 대부분은 85㎡ 이상의 대형주택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규모별 공급규제가 2006년까지 대형주택의 공급 탄력성을 떨어뜨려 수요 증가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을 상승시켰고, 최근에는 수요가 감소했는데도 공급을 유지시킨 것이 초과공급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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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공급시스템 갖춰.

 주택시장의 특성은 단기간에 유입되는 자금과 개발호재에 따른 가격 급등을 통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장기적인 가격 안정은 더욱 어려운 목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기적 현상을 잡기 위해 장기적 시장의 안정을 해치는 무리수를 둬서는 더욱 안 된다. 규제정책은 공급 탄력성을 떨어뜨려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 결국 장기적 관점의 시장안정이 목표라고 한다면, 단기적・국지적 가격 급등은 이를 위해 치러야 할 수도 있는 기회비용이다.

 결론적으로 시장 정상화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 관점의 안정적인 공급시스템만이 시장 정상화와 가격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자에게 좋은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주면 지금 집을 사지 않아도 언제든 좋은 집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주택이 나오는데 불필요하게 지금 사둘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소비자들은 현재의 공급수준으로는 향후 공급부족이 우려되며 이후 주택 가격급등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불안한 것이다.

 정부는 단기적 상황에 임기응변식으로 정책의 틀을 바꿀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정상화를 위해 공급물량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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