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전체기업 수의 95% 이상, 민간 고용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크다. 중소기업은 선진국에서 고용창출의 주요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고용비율은 증가 추세에 있다. 중소기업은 탄력적이고 신축적이며, 기술혁신 면에서도 대기업에 비해 유리하다. 또 한 나라의 시장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독과점의 경우 상호경쟁적 시장 행위를 저해하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오며, 시장 가격의 경직성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시장집중현상의 완화문제에서도 중소기업의 역할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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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역・중소 건설업체 현.
우리나라에서 대기업과 중소 건설업체의 생산성 격차와 수주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 건설업체의 86%는 10년이 안 된 신생 업체다. 이들 업체들은 기술력 확보와 경험을 축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규모가 작은 중소건설업체일수록 경쟁이 치열하다. 또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지방 중소건설업체에 비해 수도권 업체의 경영상태가 양호한 것도 아니다. 지역업체는 보호제도로 인해 어느 정도 수주 물량과 수익성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공사의 입찰경쟁률은 하위 업체일 수록 심해져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미약한 실정이다. 지역 간 입찰경쟁률 차이가 약 16배에 이르는 등 아주 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역 간 격차와 업체 수준을 무시한 일률적인 지역업체 보호제도는 오히려 지역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지역제한 및 지역공동도급은 지역 내 공사 비중을 높이는 효과가 있으나 타지역 공사 수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美 연방정부, 中企 입찰 우대제.
EU 초기에는 공공조달시장이 경쟁보다는 보호주의나 지역업체 우대정책이 주류를 이뤘다. 현재는 유럽연합 가맹국들마다 특별한 지역업체 우대정책이 거의 없어졌다. 1992년 로마조약 체결 이후 유럽연합 단일시장이 출범하면서 나라마다 다른 지역중소업체 보호육성정책을 통일하기도 어려웠고 공개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제한적인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합의도 있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지역업체 우대정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런 결과로 EU는 중소기업 보호 등 규제가 가장 적은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장애인 등의 약자 기업 우대와 분할발주 권고 정도의 규정 이외에는 중소・지역업체 보호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EU는 주로 중소건설업체의 진출장벽을 거래비용(transaction cost)과 관련된 정보비용, 계약능력, 제안서 준비, 재정 보증 등으로 한정한다. 경쟁제한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적어도 EU에서는 정책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념에 가장 충실한 미국 연방정부는 중소기업에게만 입찰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Set Aside)를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입찰 시 중소기업에게 입찰 가격 또는 입찰 점수에 가산점을 주는 입찰우대(bid preference)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소기업 발주 목표치가 존재하고 약자기업을 우대하기도 하지만, 시장진입을 근본적으로 막는다거나 시장을 인위적으로 분할하여 중소나 지역업체에 물량을 할당하는 제도는 아니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지역・중소 건설업체 보호제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역업체 보호제도가 일본에도 있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건설공사 분할발주까지 권고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건설업은 예산을 낭비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작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일본이 인프라 투자를 통한 수요 진작 정책을 펴지 못한 것은 이 같은 인식 때문이다.
대만은 강한 중소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건설분야에는 중소기업 보호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대만의 중소업체들이 강한 이유는 공정한 경쟁 아래 많은 기업들이 창업되고 퇴출되면서 스스로 자생력을 키운 덕분이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지역제한입찰이나 지역의무공동도급제 및 등급별 입찰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에는 경쟁 제한을 통해 물량을 배정하거나 제도적으로 수익성을 보장해주지 않는 것이다. 산업정책이 사회복지정책이 될 수 없고 형평성은 실업, 빈곤, 의료 등에 관한 사회복지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인식 탓이다.
정부의 정책은 이해관계자 집단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아니며 정부조달 정책은 국가 전체적인 편익, 비용, 후생 등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소건설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페이퍼 컴퍼니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운찰제로 불리는 적격심사제도이고 둘째는, 세계에서 가장 두터운 지역・중소 건설업체 보호제도 때문이다. 기업은 전문성과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혁신과 창의성을 추구해야 한다.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도 건설산업에서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그 산업은 곧 도태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정부가 중소기업에게 수주 기회를 주기 위해 중소기업 수주 목표치를 설정하고 있다. 입낙찰 제도가 정상적인 평가위주로 운영되며 중소기업이 수주할 수 있도록 주관적인 평가를 발주자가 자발적으로 수행토록 하는 방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량평가 위주의 입낙찰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보호 제도를 폐지하고 중소기업 수주 목표치를 도입하면 지역・중소 건설업체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한국의 보호제도는 입낙찰제도 개편과 동시에 이뤄져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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